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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산책] 아는 맛이 더 무섭다! ‘머티리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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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준 기자

승인 : 2025. 08. 05. 13:39

美 뉴욕 남녀의 결혼관과 연애관 다룬 로맨틱 코미디
셀린 송 감독 2번째 장편…섬세한 연출로 공감대 형성
마블 슈퍼 히어로들의 연기 화음도 볼거리…8일 개봉
머티리얼리스트
8일 개봉하는 할리우드 로맨틱 코미디물 '머티리얼리스트'의 가장 큰 볼거리는 크리스 에반스(맨 왼쪽부터)와 다코타 존슨, 페드로 파스칼 등 과거 마블 슈퍼 히어로를 연기했던 실력파 남녀 배우들의 '찰떡 케미'다./제공=소니 픽쳐스
다이어터들의 금언이 있다. '아는 맛이 무섭다'고, 익숙한 맛의 음식일수록 입에 착착 달라붙고 자꾸 생각나 다이어트를 방해한다.

직역하면 '물질주의자', 우리식 표현으로는 '속물'을 의미하는 제목의 영화 '머티리얼리스트'(Materialists)도 연장선상에 있다. 다소 지겨울 만큼 식상한 설정의 내용이지만, 그래서 오히려 시선을 잡아채고 친숙한 재미를 안겨준다.

뉴욕의 잘 나가는 커플 매니저 '루시'(다코타 존슨)는 고객의 결혼식에서 이른바 '유니콘'으로 대접받는 뉴욕 최고의 싱글남 '해리'(페드로 파스칼)를 만난다. 엄청난 재력과 훤칠한 키, 잘생긴 외모까지 무엇 하나 빠질 게 없는 '해리'는 '루시'에게 직진하고, '루시' 역시 완벽한 조건을 갖춘 '해리'의 저돌적인 구애가 싫지 않지만 하필이면 피로연에서 서빙 아르바이트를 하던 전 남자친구 '존'(크리스 에반스)과 재회하고 마음 한 구석이 찜찜해진다. 연극 무대를 전전하며 여전히 가난하게 사는 '존'과 다시 교제하는 대신 '해리'를 선택한 뒤 행복한 나날을 보내는 '루시', 그러나 마음을 주고받던 여성 고객이 좋은 조건의 매칭 상대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해리'의 다리에서 뭔지 모를 수술 자국을 발견하고 나서부터 복잡한 감정에 휘말린다.

줄거리로 알 수 있듯이 예측 가능한 줄거리 전개와 캐릭터 구성 등 겉으로 보기엔 무엇 하나 새로울 게 없는 로맨틱 코미디물이다. 그럼에도 보는 내내 가슴이 따뜻해졌다 차가워졌다를 반복하고, 극장 안 불이 켜지면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면서 개운한 뒷맛이 남는다. 재료와 상관없이 셰프의 손맛에 따라 맛이 좌우되는 음식처럼, 연출자의 진심어린 정공법과 배우들의 소박한 열연이 친숙하다 못해 구태의연한 수준의 소재와 주제를 아주 솜씨있게 버무려낸다.

이 같은 결과는 장편 데뷔작 '패스트 라이브즈'로 지난해 아카데미 작품·감독상 후보에 지명됐던 한국계 캐나다인 셀린 송(한국명 송하영) 감독이 연출 지휘봉을 잡고 각본까지 겸한 데서 비롯된다. 결혼정보회사에서 일했던 실제 경험을 시나리오에 녹여낸 송 감독은 송곳처럼 날카롭지만 애정이 가득한 시선으로 '사랑이냐 조건이냐'를 두고 고민하는 도시 남녀의 애정관을 차분하게 따져묻는다. 또 여기에 무심한 듯 쿨한 반전을 더해 막판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한다.

마블 슈퍼 히어로 출신으로만 구성된 주요 출연진의 '찰떡 케미' 도 재미를 더한다. '마담 웹' 다코타 존슨은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3부작 때와 얼핏 비슷해 보이는 캐릭터를 맡았지만, 현실감 넘치는 연기로 공감대를 형성한다. 그런가 하면 크리스 에반스는 '캡틴 아메리카'의 강인한 이미지를 탈피해 섬세한 성격의 '순정남'으로 변신하고, '판타스틱 4: 새로운 출발'의 페드로 파스칼은 부드러운 남성미로 '테토남'의 정석을 과시한다. 8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조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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