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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티켓플레이션(티켓+인플레이션)' 현상은 단순한 가격 인상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공연 산업이 안고 있는 구조적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는 징후다. 제작사들의 고충은 크다. 배우 출연료, 무대 제작비, 스태프 인건비 등 거의 모든 제작 비용이 꾸준히 상승해왔고, 특히 해외 라이선스 공연의 경우 환율 변동으로 인한 부담도 커지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비용 상승이 대부분 관객에게 전가된다는 데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공연예술 관람료는 전년 대비 2.9% 상승해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1.6%)을 훌쩍 웃돌았다. 그러나 티켓 판매액이 증가한 반면, 실제 관객 수는 오히려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특정 팬층의 반복 관람이 매출을 떠받치고 있는 구조를 방증한다. 현재의 가격 정책은 뮤지컬을 점점 소수 고소득층의 전유물로 만들고 있다. '회전문 관객'이라 불리는 충성도 높은 팬들조차 N차 관람을 주저하고 있다는 점은 특히 우려스럽다. 신규 관객 유입은 더 어려워질 것이다.
이러한 악순환의 배경에는 국내 뮤지컬 시장의 구조적 제약이 있다. 해외에 비해 공연 기간이 짧고, 장기 공연이나 오픈런이 거의 불가능한 구조에서, 제작비를 단기간에 회수하려는 압박은 티켓 단가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일까. 우선 정부와 지자체는 공연 인프라 확충에 나서야 한다. 공연장 수를 늘리는 것뿐 아니라, 장기 공연이 가능한 구조와 운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공연장 임대료 조정이나 세제 혜택 같은 제도적 지원도 병행돼야 실질적인 변화가 가능하다.
업계 또한 가격 구조를 다변화해야 한다. 좌석별 세분화, 시간대·요일별 차등 가격제 등 다양한 옵션이 필요하다. 또한 스타 캐스팅에만 의존하기보다는 작품 자체의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 화려한 무대 장치보다는 스토리텔링과 연출의 힘으로 승부할 수 있는 제작 환경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티켓플레이션은 단지 가격의 문제가 아니라 뮤지컬 산업 전반의 지속가능성과 직결된 문제다. 지금처럼 고가 정책이 유지된다면 관객 기반은 점차 줄어들고, 시장 전체의 축소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뮤지컬은 원래 대중문화다. 한국 뮤지컬 산업이 '명품 문화'라는 틀을 벗고, 진정한 의미의 대중문화로 거듭나야 할 시점이다. 관객이 외면하는 공연은 더 이상 '명품'이 될 수 없다. 제작사와 정부, 관객이 함께 만드는 건강한 생태계야말로 한국 뮤지컬이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맞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