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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4법’ 양곡·농안법 개정안, 제도화 착수… 농업계 “실효성 위해 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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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정영록 기자

승인 : 2025. 08. 05. 13:18

4일 국회 본회의 통과… 80% 찬성 얻어
"지역 토질별로 적합한 타 작물 안내해야"
"원예농산물에 대한 지원 비중 확대 필요"
전남도 벼 재배단지
전라남도에 위치한 벼 재배단지. /아시아투데이DB
이른바 '농업4법'으로 분류된 양곡관리법과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에 대한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제도화 초읽기에 돌입했다. 농업계에서는 법안의 현장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적극 소통에 나설 것을 당부했다.

5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전날 국회 본회의에서 양곡법 및 농안법 개정안이 각각 80%대 찬성표를 얻어 가결됐다. 지난달 국회 문턱을 넘은 농어업재해대책법, 농어업재해대책보험법과 함께 농업 분야 쟁점법안이 모두 입법 절차를 마무리했다.

해당 4개 법안은 지난해 윤석열 정부 당시 야당이던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개정 수순을 밟았지만 '재의요구권(법률안 거부권)' 행사로 무산된 바 있다. 정부는 '과도한 재정 소요' 및 '영농의지 저해' 등을 이유로 법 개정이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새 정부 들어 농식품부는 거부권 행사 원인이 됐던 '무조건적 사후조치'를 수정·보완해 절충점을 찾았다.

폐기됐던 양곡법 개정안은 정부가 한 해 수요량을 초과하는 '잉여쌀'을 무조건적으로 매입하는 것이 골자였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 분석 결과 정부가 쌀을 사들이는데 소요되는 예산은 매년 늘어 2030년 1조4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이번에 통과된 양곡법은 정부 매입 등 사후조치에 앞서 선제적 수급조절을 위한 사전조치를 강화한 것이 핵심이다. 생산자단체 5인 이상을 포함해 구성하는 '양곡수급관리위원회(양수위)'가 수급상황에 맞는 대책을 심의하고, 정부가 의무적으로 대책을 추진하도록 했다. 사후적 대책 발동기준은 대통령령으로 정한 범위 안에서 위원회가 결정하게 된다.

변상문 농식품부 식량정책관은 "지금까지 정부가 수급관리정책을 진행했지만 (양곡법 개정 이후부터는) 양수위가 주도적 역할을 할 것"이라며 "초과생산이 원천적으로 발생하지 않도록 선제적 수급정책을 제도화하고 불가피한 경우 미곡매입 등 정부책임을 강화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농식품부는 양곡법 개정안에 '사전 수급조절 추진'이 명시돼 있는 만큼 이론적으로 시장격리에 사용되는 예산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논에 벼 대신 타 작물을 재배하는 농가를 대상으로 지급하는 '전략작물직불제' 예산을 늘려 품목 전환을 유인할 계획이다.

농안법의 경우 폐기됐던 법안은 특정 농산물 가격이 평년가격 밑으로 떨어졌을 때 손실을 보상해주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다. 이 경우 무·배추·마늘·양파·건고추 등 5대 채소에 대한 재정소요는 연간 1조19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정 품목을 대상으로 가격을 보조할 경우 '쏠림 생산' 및 '농업계 내부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개정안 역시 핵심은 사전 수급조절이다. 각 시·도에서 원예농산물에 대한 수급관리계획을 마련하고 정부가 이를 종합해 전국단위 계획을 수립한다. 안정적 생산을 위한 생육관리 및 계약거래 활성화 등에 예산을 투입할 근거도 담았다. 행정적 보조기관으로 시·도별 '수급관리센터'도 신규 설치한다.

[포토] 전통시장서 제수용품 준비하는 시민들
전통시장에 진열된 사과. /정재훈 기자
사전조치에도 특정 농산물에 대한 가격하락이 발생할 경우 농업인이 손실을 보지 않는 수준에서 정부가 지원할 수 있도록 '가격안정제'를 도입한다. 기준가격은 생산비용과 수급상황을 고려해 정하고, 쌀을 포함해 손실을 지원할 품목은 가격안정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한다.

홍인기 농식품부 유통소비정책관은 "가격안정제 이상의 소득안정은 농가 책임성이 전제된 수입안정보험을 통해 지원하는 '투 트랙' 전략으로 방향을 설정했다"며 "가격 기준점을 경영비와 자가노력비를 합친 수준에서 단순 추정해보면 5대 채소에 대해 연간 485억 원이 소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농업계에서는 양곡·농안법 개정안 통과를 환영하면서도 현장 실효성 확보를 위해 정부가 적극적인 소통을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영신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전남연합회장은 "늦게라도 법이 통과된 것을 고맙게 생각한다"며 "타 작물 재배의 경우 지역별 토질에 맞는 조사료 또는 콩 등 작물을 심을 수 있도록 안내 및 홍보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현재 전남 신안의 경우 간척농지이기 때문에 콩 같은 작물은 잘 (재배가) 안 된다"면서 "농업인들 간에도 어떻게 타 작물 전환을 할 수 있을지 논의해보려고 한다. 전략작물직불금을 지급한다고 해도 지역에 맞는 작물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이 돼야 하기 때문에 정부가 농민들과 많이 소통하면서 불화가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농안법에 명시된 가격안정제의 경우 원예농산물에 대한 지원 비중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박연순 한국과수농협연합회 전무는 "양곡법은 쌀에 대한 지원을 담은 법인 만큼 농안법은 원예농산물에 대한 폭넓은 지원이 있었으면 한다"며 "지난번 농안법 개정 당시 원예농산물에 대해 소외감이 있지 않았나하는 의견도 나왔었다. 손실보전 등과 관련해 확실한 수급계획을 제대로 세워서 (정부가 법을) 추진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개정안은) 사전적 수급조절에 대한 부분이 보완된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향후 정부가 시행령 등 하위법령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농가 의견조율도 진행할 텐데 관철할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관철해 농가 목소리가 많이 반영될 수 있게끔 해야할 것"이라고 했다.
정영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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