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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산 해외 진출, 성공과 실패 가른 ‘계약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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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필현 국방전문기자

승인 : 2025. 08. 06. 12:32

K-2 전차, 계약이 만든 유럽 수출 신화
KF-21, 공동개발이 만든 법적 미궁
계약의 힘이 국가 경쟁력이다
0806 안규백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1일 폴란드 글리비체에서 열린 K2 전차 2차 이행계약 서명식에서 주요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용배 현대로템 사장, 안규백 장관, 브와디스와프 코시니악-카미슈 폴란드 부총리 겸 국방부 장관, 아르투르 쿱텔 폴란드 군비청장. 2025.8.1 사진=국방부 제공
한국 방위산업의 해외 진출을 상징하는 두 대표 사례, K-2 전차의 폴란드 수출과 KF-21 보라매의 한-인니 공동개발 사업이 그 진실을 말해주고 있다.

양 사업은 겉보기엔 모두 'K-방산의 위상'이라는 공동 목표를 향하고 있지만, 법적 리스크와 계약 구조 측면에선 극명한 명암을 드러내고 있다.

△ K-2 전차, 계약이 만든 유럽 수출 신화

2022년 한국과 폴란드가 체결한 K-2 전차 수출 계약은 단일 무기 계약 규모로는 역대 최대, 그리고 가장 정교한 법적 구조를 가진 사례로 평가받는다.

현대로템이 주도한 이 사업은 초기 180대 직도입을 시작으로, 총 약 1,000대 규모의 K-2PL 현지 생산까지 포함한 17조 원 규모의 메가딜이다.

방위사업청에서 법무담당으로 다년간 실무 경력을 쌓은 류우석 변호사(법무법인 집현전)는 K-2 GF와 K-2PL 전차의 수출과 현지생산 계약 구조가 '프레임워크 계약 → 실행 계약'의 2단계 구조로 설계됐다고 언급했다.

K-방산 전문가인 류변호사는 이러한 K-2전차의 계약구조는 "포괄적 원칙을 정한 뒤, 구체적 조건은 실행 계약에서 조율해나가며 위험을 분산했다"고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지난 2일 강조했다.

그는 또한 "특히 폴란드 국영 방산업체인 PGZ와의 협업을 통해 현지 생산 기술 이전 범위도 명확히 규정되었고, 군사기밀 등 핵심 기술은 명시적으로 이전 대상에서 제외됐으며, 또한 계약서에는 국제중재 절차와 준거법(ICC 규칙 또는 UNIDROIT 원칙)을 포함해, 분쟁 발생 시 신속한 해결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고 강조했다.

금융 측면에서도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의 지원, 그리고 방사청·국방부·외교부의 G2G 협상 라인 가동으로 계약 안정성은 극대화됐다고 국제금융 전문가들은 언급하고 있다.

이 같은 계약력은 폴란드 내 현지 언론 매체에서도 높이 평가받았다.

최근 추가로 체결된 8.9조 원 규모의 2차 실행 계약에는 K2PL 63대를 현지에서 생산하는 조항이 포함됐으며, 기술 이전과 조달일정, 품질보증까지 세부 사항이 계약서에 명시됐다.

0806 MOU 표
본 분석은 지난주 1일 발표된 K-2GF 및 K-2PL 전차 수출 계약 체결 및 KF-21 전투기 사업 재정비 결정 관련 국내외 뉴스를 기반으로 장보식 변호사(법무법인 한중)와 류우석 변호사(법무법인 집현전)와 공동 사실 확인하였으며, 주요 현안의 계약 규모, 분담금 규모, 기술 이전 범위 등에 대한 내용을 중심으로 재정리하였음. *MoU (Memorandum of Understanding)는 '양해각서'로서 법적 구속력은 없거나 매우 약하며, 본계약 체결 전의 사전 합의 수준 **HoA (Heads of Agreement)는 '기본합의서' 또는 '협정서 초안 요지'로서 일부 조항은 구속력을 가질 수 있으나, 대부분은 본계약 체결 전까지 구속력이 없음. 구필현 기자 정리
△ KF-21, 공동개발이 만든 법적 미궁

반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주도하는 KF-21 보라매 전투기 개발 사업은 법적 구조의 취약성이 여러 갈등을 낳았다.

인도네시아가 2010년대 중반부터 공동개발국으로 참여했지만, 지금까지 약속된 분담금(1.7조 원)의 절반도 납부하지 않아 사업 전반에 차질을 빚어왔다.

문제는 초기 계약이 MoU(양해각서)와 HoA(기본합의서)에 기반해 체결됐다는 점이다.

본계약에 비해 구속력이 약한 이들 문서는 분담금 미납, 일정 지연, 권리 분쟁 등 발생 시 실질적인 제재를 가하기 어렵다는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다.

2025년 6월, 한국과 인도네시아는 결국 협상 테이블에 다시 앉았다.

인니 측은 기존 분담금의 90% 이상을 감액한 600억 원 선납에 합의하며, 사업 참여를 지속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그 대가로 요구한 것은 핵심 기술 이전. 미국 ITAR(국제무기거래규정)의 적용을 받는 AESA 레이더, 제트엔진 등은 사실상 이전이 불가능하지만, 인니는 이 기술들을 포함한 항공기 제작 핵심역량을 이전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로 인해 기술 갈등은 아직 진행 중이며, 인도네시아는 지분은 20%만 내면서도 IP 공동소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이는 추후 KF-21 수출 시 인도네시아의 승인권까지 논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업 전반에 리스크로 작용한다.

0806 KF-21 자카르타뉴스
6월 12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인도 디펜스 엑스포 & 포럼에서 KF-21 전투기와 윙맨 무인기 복제품이 전시되어 있다. 사진=자카르타 글로브
△ 계약이 만든 차이…법조계도 주목

K-방산 전문 변호사 장보식(법무법인 한중)은 "K-2 수출은 계약과 실행 구조가 체계적으로 설계돼 분쟁 리스크를 최소화했지만, KF-21은 실질적 제재 조항이 없는 '선언적 계약' 구조에 머물렀다"며 "방위산업도 이제 계약 전략이 국가안보의 일환이 되는 시대"라고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지적했다.

장변호사는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특히 KF-21 사업처럼 다자간 공동개발 형태는 정치·외교적 변수에 쉽게 영향을 받는 만큼, 명확한 권리 구조와 기술 보호 조항 없이 사업을 지속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언급하며, 실제로 KAI는 인니의 불이행에도 사업을 멈출 수 없었고, 그 부담은 국내 협력업체들이 고스란히 떠안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 계약의 힘이 국가 경쟁력이다

K-방산의 수출 확대는 기술력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계약 구조, 법적 방어력, 금융 설계, 정부 지원 체계 등 '비무장 무기'들의 조화가 필요하다.

K-2는 계약이 살린 케이스다. KF-21은 계약이 부족해 흔들린 사업이다.

한국이 글로벌 방산 강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조문(條文)'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방패이자 창이 된다는 교훈을 되새겨야 할 때다.
구필현 국방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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