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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필현 칼럼] 자주국방 55년, 과학으로 지켜낸 대한민국-국방과학연구소 창립 55주년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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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08. 07. 14:32

구필현 국방전문기자

1970년 8월 6일. 폐허 위에 선 대한민국은 '자주국방'이라는 시대의 명제를 가슴에 품고 국방과학연구소(ADD)의 문을 열었다. 총칼조차 국산이 없던 시절, 우리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과학을 불렀고, 그 부름에 답한 이들이 바로 ADD의 연구자들이었다.


그리고 오늘, 2025년 8월 6일. 그로부터 55년이 흐른 지금, 우리는 K-방산이라는 이름 아래 세계가 주목하는 방위산업 강국의 문턱에 서 있다.

무엇이 이 눈부신 변화의 기틀을 만들었는가. 바로, 기술로 국방을 세우겠다는 일념과 무에서 유를 창조한 연구기술인들의 피와 땀이었다.

ADD는 지난 반세기 동안 대한민국이 '수입국'에서 '개발국'을 거쳐 '수출국'으로 도약하는 방위산업 사다리를 만들었다. 그 사다리의 첫 칸엔 1980년대 K-1전차 개발에 이어 1990년대 K-2 전차의 개발 그리고 K-9 자주포가, 이어 잠수함, 유도무기, 현무 시리즈 미사일, 정찰·공격 무인기, 레이더가, 그리고 가장 높은 칸엔 우주·전자전·AI 기반 미래무기체계가 올라섰다.

K-9 자주포는 세계 9개국이 선택한 글로벌 스탠더드가 되었고, 폴란드와의 K2 전차 협력은 유럽 현지 생산의 교두보로 이어졌다. 이름도 생소하던 국산 무기가, 이제는 동맹국의 작전 개념과 군사 전략의 일부가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기술만으로 이뤄낸 성취는 아니다. 그 뒤엔 분명한 철학이 있었다."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지키지 못하면, 아무도 우리를 지켜주지 않는다." 1970년대 이 철학은 구호였고, 1990년대엔 목표였으며, 지금은 현실이자 수출 경쟁력이 되었다.

현무 미사일이 대륙을 아우르는 사거리로 국가전략의 한 축이 되었고, 무인기 체계가 AI 기반 전장 환경에 대응하며 6세대 전투환경의 초석이 되고 있다. 한화, LIG넥스원, KAI, 대한항공 같은 방산 기업들과 함께 ADD는 산업 생태계를 넓히고 있다.

연구원들과 기술원들의 뼈를 갈아 넣은 지난 55년, 참 멀고도 험한 길이었다. 헤아릴 수 없었던 무수한 실패, 수백만 번의 야근, 필자를 포함한 묻히듯 흘러간 이름 없는 연구자들. ADD의 진짜 무기는, 단단한 철강도, 정밀한 회로도 아닌, 포기하지 않는 연구자의 정신이었다.

그리고 이제, ADD는 또 다른 사명을 눈앞에 두고 있다."방산으로 경제를 돕고, 기술로 세계를 선도하라."자주국방은 독립과 생존의 문제였지만, 이제는 경제와 외교, 그리고 첨단기술의 플랫폼이 되었다.

세계는 지금, 한국의 무기를 사면서 대한민국의 과학, 산업, 협력정신을 함께 보고 있다. 무기만 파는 나라가 아니라, 기술과 철학을 함께 전수하는 전략적 파트너로 ADD는 재정의되고 있다.

그러나 미래 전장은 더욱 치열하다. 기술패권 경쟁이 안보의 새로운 전선이 된 지금, ADD는 대한민국의 방패이자 창으로 남을 것이다.

창립 55주년을 맞은 오늘, 우리는 돌아본다. 전쟁의 그늘 속에서 시작된 작은 실험실이, 어떻게 세계가 주목하는 기술기관으로 성장했는지.

그리고 다짐한다. 앞으로의 55년은, AI와 우주·사이버로 확장되는 미래 전장에 대응하는 길이 될 것이다. ADD는 다시 한 번 대한민국의 미래를 짊어진다. 국방이 곧 산업이고, 산업이 곧 국가의 생존인 시대. 과학은, 국경보다 앞서 싸운다.

국방과학연구소는 다음 세대에 더 안전하고 강한 대한민국을 물려줄 것이다.

국방과학연구소, 그 이름은 대한민국 자주국방의 상징이자, 과학이 이룬 기적이다.

국민 모두가 ADD의 55번째 생일을 축하하며, 그들의 헌신에 깊은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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