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연기 주문도 척척 해내는 모습에 너무 고마워
선한 캐릭터 좋아해…"순한 맛 라면같은 코미디 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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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전 '엑시트'로 942만 관객을 동원했던 이 감독은 '악마가…'의 홍보를 위해 최근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카페에서 취재진을 만나 "어떤 걸 보여드려야 차기작에 대한 기대를 만족시켜드릴까 고민했다"면서 "결국 제가 잘하고, 하고 싶은 것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지난 13일 개봉한 '악마가…'는 새벽이면 악마에 빙의돼 전혀 다른 인격체로 돌변하는 '선지'(윤아)와 백수 청년 '길구'(안보현) 등 주변 사람들이 벌이는 소동에 초점을 맞춘 코미디물이다. '좀비딸'과 'F1 더 무비'의 쌍두마차 관객몰이에 가로막혀 지난 17일까지 누적 관객수 27만 여명에 그치는 등 전작보다 흥행은 다소 저조하지만, 자극적인 재미에 집중하는 여느 작품들과 달리 따뜻하고 무해한 분위기가 관객들의 호평을 이끌어내고 있다.
이 감독이 작품을 처음 구상했을 때는 11년 전이었다. 당시 친구들의 데뷔에 자극받아 '두시의 데이트'란 제목으로 단숨에 초고를 뽑아냈지만, 영화화까지 이르진 못했다. "'엑시트'로 많은 사랑을 받고 나서 차기작으로 뭘 할까 고민하던 중, 예전에 썼던 작품들을 훑어보는데 '두시의 데이트'가 눈에 쏙 들어오더군요. 다시 읽어보니 그때 알아채지 못했던 단점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지금의 내가 좀 더 다듬으면 영화로 보여줄 수 있겠다 싶어 아이디어만 유지하는 대신 처음부터 다시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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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도중하차한 김선호의 대타로 투입된 '길구' 역 안보현과 관련해서는 "남성미가 넘쳐흐르는 겉모습과 반대되는 내면의 심약하고 섬세함이 느껴졌다"며 "두 배우 모두 이번 작품에 만족감을 표시한 것만으로도 제게는 큰 기쁨"이라고 귀띔했다.
이 감독은 자신이 지향하는 작품 철학을 '악마가…'에 고스란히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재난을 일으킨 장본인을 확실하게 부각시켜 벌주기보다 평범한 소시민들의 위기 탈출 과정에 초점을 맞췄던 전작 '엑시트'처럼 , 이번 작품 역시 선악의 대립을 의식적으로 배제하고 후반부로 갈수록 아픈 상처를 어루만지는 위로와 해원에 무게를 둔다. 어떤 상황에서도 선의를 추구하는 연출자의 심성이 고스란히 배어나는 대목이다.
"선한 캐릭터들을 선호하고, 그들이 발전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표현할 때 많은 희열을 느낍니다. 누군가를 비난하거나 희화화하는 순간에도 그 사람의 영혼까지 박살 내는 것은 하고 싶지 않다는 게 원칙이라면 원칙인데요. 라면으로 치자면 '진라면 순한 맛' 같은 코미디를 계속 시도해보고 싶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