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황에도 고삐…HVDC 전환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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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효성중공업·LS일렉트릭·HD현대일렉트릭 등 전력기기 3사의 상반기 합계 영업이익은 약 889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 성장했다. 글로벌 전력망 교체 수요와 AI 발전이 맞물리며 전력기기 산업이 '슈퍼 사이클'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최근 전력기기 성장세가 흔들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이 변압기 등 철강·알루미늄 파생상품 400여 종에 대해 50% 관세를 부과하면서 북미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 당장은 수요가 공급을 웃도는 상황이라 타격은 제한적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고관세 부담이 불가피하다. 특히 북미는 우리 기업들이 매출 비중을 키우고 있는 최대 전력기기 시장이다.
여기에 전력기기 3사를 포함한 9개 업체가 한국전력공사 제재를 앞두고 있다. 2015년부터 2022년까지의 공공기관 GIS(가스절연개폐장치) 입찰 담합이 적발된 것이다. 한전은 문제가 된 GIS 뿐 아니라 공공 입찰 자체를 약 6개월간 금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일부 기업은 집행정지를 신청해 시간을 벌고 있으나, 제재가 현실화하면 실적 타격이 예상된다.
일각에선 담합에 대한 '엄정 제재'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한 편, 전력망 인프라 확충을 위해 기업 성장을 독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교차한다. 특히 업계에선 전력기기 기업들의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이제 막 기지개를 켠 단계"라는 신중론이 나온다. HVDC 전환을 위한 과제가 산적하기 때문이다.
HVDC는 장거리 송전 손실을 줄여 재생에너지 확산의 핵심으로 꼽히지만, 국내는 아직 초기 단계다. 이미 유럽, 중국, 미국이 국가 전략 차원에서 인프라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한국도 '서해안에너지고속도로' 등 일부 프로젝트를 계획 중이지만, 변압기나 GIS 등 핵심 장비 시장은 해외 기업들이 선점했다.
우리 기업들은 시장 진입을 시도하는 상황이다. 효성중공업은 HVDC 변압기를 자체 개발해 최근 생산 공장 건설을 시작했다. LS일렉트릭도 관련 기술 개발에 성공했으며, 현재는 해외 기업과 협업해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향후 기술 개발과 생산시설 확충 관련 투자가 이어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HVDC는 여전히 핵심 부품의 해외 의존도가 높다"면서 "기술 국산화와 생태계 육성이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