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바이오로 미래 성장축 전환
차기 총수 이규호, 리더십 시험대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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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웅열 코오롱 명예회장의 과거 발언이 재주목받고 있는 건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장기적이고 유망한 사업군으로 급변하고 있어서다. 코오롱그룹이 최근 몇 년간 연이어 발표한 사업 구조 개편은 단순한 선택이 아니다. 화학 및 석유 업황 부진 등에 따른 불안한 재무 체질을 개선하고, 그룹 전체를 미래 성장 산업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한 전략적 움직임이다.
그 중심에는 차기 총수로 거론되는 이웅열 명예회장의 장남 이규호 부회장이 있다. 이 부회장이 주도하는 사업 재편은 단기적으로는 위기 대응 성격을 지니지만, 동시에 그룹의 장기 성장을 위한 체질 개선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번 행보가 이 부회장의 경영 능력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4일 산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들어 코오롱그룹은 사업 구조 재편을 가속화하고 있다. 지주사 코오롱이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을 ㈜코오롱의 완전자회사로 편입하며 그룹 내 모빌리티 사업을 한데 묶기도 했다.
앞서 7월에는 코오롱글로벌이 골프장·리조트·호텔 운영사 MOD와 자산관리회사 LSI를 흡수 합병했다. 이를 통해 건설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레저·부동산 관리 부문으로 외연을 넓히며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하려는 시도다.
이 외에도 짧은기간 이어진 굵직한 구조 개편은 코오롱이 얼마나 절박하게 체질 개선을 추진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코오롱은 2023년부터 2025년까지 불과 3년 동안 대규모 구조 개편을 이어왔다. 2023년 7월에는 항공·모빌리티·첨단복합소재를 아우르는 통합 조직인 코오롱스페이스웍스를 출범시키며 미래 산업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어 2024년 9월에는 코오롱인더스트리와 코오롱글로텍의 자동차 소재 부문을 합병하며 산업 자재 사업 강화에 나섰다. 이 조치는 중복 부문을 정리하는 동시에, 그룹 차원에서 자동차 소재 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키우려는 포석이었다.
코오롱그룹이 변화에 속도를 낼 수밖에 없던 이유는 최근 몇 년간 이어진 실적 부진 때문이다. 연결 기준으로 그룹 영업이익은 2022년 2425억원에서 2023년 1576억원으로 감소했다. 감소세는 2024년에 더욱 가팔라져 영업이익이 227억원에 그쳤고, 2025년 상반기에는 53억원에 머물렀다. 매출 규모는 5조원 안팎을 유지했으나, 수익성은 점점 악화되면서 체질 개선의 필요성이 부각됐다.
주력 계열사들의 상황은 더욱 명확하다. 코오롱인더스트리 매출은 2022년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었지만, 영업이익은 2023년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코오롱글로벌은 더 심각했다. 2022년 1666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던 회사는 2023년에 76억원으로 급감했고, 2024년에는 567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그룹의 중추 역할을 하는 계열사마저 적자로 전환하면서, 기존 사업 구조로는 더 이상 안정적인 수익을 담보할 수 없다는 인식 하에 전략 담당으로 선임된 이 부회장은 더 과감한 사업 구조 개편을 선택하게 됐다.
재편 이후 코오롱이 주목하는 미래 전략의 중심축은 모빌리티와 바이오다. 모빌리티 부문에서는 전기차와 친환경차 관련 부품, 첨단 복합소재, 그리고 항공우주 분야까지 포함해 신산업 전반으로 확장을 꾀하고 있다.
특히 스페이스웍스 출범과 모빌리티그룹의 완전자회사 편입은 이러한 전략을 뒷받침하는 조직적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이란 평가다. 전기차와 미래 모빌리티 시장이 급성장하는 상황에서, 코오롱은 그룹 차원의 역량을 집중해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바이오 사업 역시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는다. 이규호 부회장 부친인 이웅열 명예회장이 의지를 갖고 육성한 코오롱티슈진과 코오롱생명과학은 최근 재생의학과 세포치료제 분야에서 성과를 내며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와의 협업 가능성, 신약 개발의 진척 등은 긍정적인 신호로 평가된다.
업계 관계자는 "코오롱의 리더는 단기적으로는 실적 반등을 이끌어야 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모빌리티와 바이오에서 시장이 인정할 만한 성과를 내야 한다"며 "사실상 업계로부터 차기 총수로서의 리더십을 검증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