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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에어컨 실외기부터 쓰레기통까지 ‘마약 던지기 꼼짝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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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숙 기자 | 남미경 기자 | 김범준 인턴 기자

승인 : 2025. 08. 26. 14:25

서울시 마약대응팀·동대문보건소·경찰·대학 합동 마약단속
산업용 내시경 동원…대학가 주변 시설물 구석구석 점검
수색, 성과는 '제로'지만 '다행'…내달 30일까지 집중 점검
市 "인근 대학 일대 점검 확대"
서울시 마약 던지기 합동점검
26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국어대학교 인근 주택가에서 서울시 마약대응팀, 경찰 등 합동 단속팀이 벌이는 마약단속현장. 단속팀이 계량기 뒤에 내시경 호스를 넣어 '마약 던지기' 단속을 하고 있다. /정재훈 기자
"마약을 직접 전달하면 바로 적발되니, 이렇게 골목에 있는 수도계량기나 쓰레기통 등 후미진 곳에 마약을 '던져 놓으면' 구매자가 찾아가는 방식이 많아지고 있다." 이른바 '던지기' 수법의 마약 거래가 최근 청년층 생활권에서 빠르게 확산되면서 관계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26일 찾아간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국어대학교 인근 골목도 오래된 주택이 밀집해 있어 유독 후미진 곳이 많았다. 이날 서울시 마약대응팀과 동대문보건소, 동대문경찰서, 한국외대로 구성된 15명의 합동점검팀은 대학가를 위협하는 마약 던지기 실태를 점검하기 위해 나섰다.

점검팀은 숨겨진 마약을 찾기 위해 산업용 내시경을 동원했다. 단속팀이 계량기와 벽 사이 기다란 내시경 호스를 밀어넣자, 어두컴컴해 보이지 않던 공간이 화면에 크게 보였다.

"보일러 환기통도 확인해봅시다." 단속팀은 보일러 환기통 안쪽과 에어컨 실외기의 손이 닿지 않는 구석진 곳도 내시경으로 구석구석 살폈다. 마약을 숨겨놓기에 딱 좋은 장소들이었다. 단속팀의 발걸음은 거침없었다. 폐쇄회로(CC)TV 사각지대의 외벽 가스관과 화분, 의류수거함, 쓰레기통까지 샅샅이 뒤져나갔다. 화분 받침대로 쓰는 항아리를 뒤집어 확인하기도 하고, 쓰레기 내용물도 하나하나 만져가며 점검했다.

"어? 이게 뭐지?" 한 점검팀원이 화분 옆에서 흰 봉지를 발견했다. 순간 현장 분위기가 긴장됐다. 경찰관이 조심스럽게 봉지를 열어보니 하얀 가루가 들어있었다. "마약인가요?" 시선이 일제히 경찰관에게 쏠렸다. 경찰이 내용물을 자세히 확인한 결과는 도배풀. 이후에도 의심스러운 흰 봉지가 여러 차례 나왔지만 모두 소금이나 조미료였다.

유희정 시 마약대응팀장은 "대학생이나 청년들이 대마초를 심각한 마약으로 인식하고 있지 않다"며 "대마로 시작해서 대마로 끝나는 경우는 없고, 더 강도가 심한 마약을 찾아 '대마 게이트'라는 말이 있을 정도"라고 지적했다. 유 팀장은 "처음 점검을 나올 때는 뭐라도 적발되기를 바랐다"면서도 "하지만 마약 의심 물질이 아니라고 하니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점검팀이 집중적으로 살펴본 곳들은 마약을 특정 장소에 숨겨 은밀히 거래하는 일명 '던지기'에 주로 이용되는 장소들이다. 예전에는 계단 난간봉과 철제 계단 사이에 숨겨뒀지만, 단속을 피하는 수법도 나날이 기발해졌다. 최근에는 마약 봉지를 검은 테이프로 돌돌 감아 후미진 곳에 붙여둔다. 심지어 CCTV 영상이 보관되는 한 달이 지나서 마약을 찾아가는 경우도 있다는 게 단속팀의 설명이다.

이날 점검팀은 2개 조로 나눠 한시간 가량 꼼꼼히 수색을 진행했다. 마약 던지기나 약물 투약 등의 정황은 한 건도 발견하지 못했다. 점검팀이 만약 마약 의심 물질을 발견하면 현장에서 바로 간이키트로 1차 검사를 진행한다. 이후에는 국과수에 보내 마약 2차 검사를 거치고 인근 CCTV를 확인해 마약사범을 쫓는다.

시가 전면에 나서 현장 집중 단속을 벌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음 달 개강을 앞둔 대학교 주변에 마약유통이 확산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해 단속을 기획했다. 일찌감치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시는 다음 달 30일까지 집중 점검 기간으로 정하고 유관기관과 협력해 마포구 홍익대학교 일대, 동작구 중앙대학교 일대, 광진구 건국대학교 일대 등으로 점검을 확대할 계획이다. 또 점검을 모두 끝낸 뒤에는 단속팀이 파악한 사례를 자치구 등과 공유해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강진용 시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이번 점검을 통해 대학생을 대상으로 마약 은닉 수법의 위험성을 알리고 경각심을 높이는 예방 효과를 거두고자 한다"며 "오프라인 유통을 뿌리부터 억제하고 동시에 온라인 불법 광고에 대해서도 철저한 차단 대책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대검찰청이 지난 6월 발간한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적발된 마약사범 2만3022명 가운데 20대가 7515명(32.6%)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30대가 6481명(28.2%), 40대도 3571명(15.5%)에 달했다.

[포토] 서울시, 캠퍼스 '마약 던지기' 집중 단속
26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국어대학교 인근 주택가에서 서울시 마약대응팀, 경찰 등 합동점검반 관계자들이 캠퍼스 '마약 던지기' 집중 단속을 하고 있다. /정재훈 기자
박지숙 기자
남미경 기자
김범준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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