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어디에도 이런 시장 없어…글로벌 넘버원 시장으로 가자"
"노후이미지 완전 탈피, 2030년 日30만명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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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대문구가 9개의 시장이 모여있는 청량리시장을 '마켓몰청량'으로 재탄생시켜 '글로벌 톱5 시장'으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이필형 동대문구청장은 이날 서울시 출입기자단을 대상으로 한 프레스투어에서 청량리역을 출발점으로 '마켓몰청량'과 서울한방진흥센터를 직접 함께 걸으며 설명했다. 그는 "영국의 버로우 마켓, 스페인의 산타 카타리나 시장, 미국의 첼시 마켓을 직접 둘러본 결과 청량리시장이 글로벌 넘버원 시장이 될 충분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해방 후인 1949년 서울에서 자생적으로 생긴 첫 시장인 청량리시장은 29만㎡(9만평) 규모에 9개 특화시장으로 구성된 국내 최대 전통시장이다. 오래된 시장은 '어르신 홍대'라는 별명과 함께 노후화와 화재 위험에 노출돼왔다. 특히 2020년 추석 연휴를 앞두고 청량리 전통시장에서 큰 불이 나 점포와 창고 수십 곳을 태우고 7시간여 만에 진화되는 등 위기를 겪었다.
하지만 이제는 젊은 2세 상인 90여명이 유입되면서 세대교체가 시작되고 있다. 이 구청장은 "고객도 노령화되고 상인들도 상당히 노령화돼 있었지만, 어려움을 겪으면서 젊은 2세 상인들이 많이 들어와 젊은 시장으로 바뀌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구청장은 위기 극복을 위한 성공전략으로 '쾌적·안전·연결' 세 가지 키워드를 제시했다. 또한 지역 특성을 품은 성장 전략으로 '전통시장-대학-역사' 콘텐츠를 연결해 동대문구의 정체성도 확립한다는 계획이다.
◇노후화·화재 위기에서 혁신으로…역사·문화·대학가 연계한 지역 특화 발전
쾌적한 시장을 위해 환경개선과 공간혁신을 추진한다. 서울 자치구 최초로 '거리가게 실명제'를 도입하고 전국 지자체 최초로 '도로법 특사경' 제도를 도입해 노점상 578개소 중 254개소(44%)를 정비했다. "서울시 거리가게 정비 최우수구 금상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청량리역 일대는 국토부 공간혁신구역 선도사업 후보지로 선정돼 경원선 지하화와 행정문화복합타운 조성을 계획한다. 동대문구만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홍릉 인근에 세종대왕기념관이 있는 것과 연계해 청량리역 광장을 세종대왕 해시계를 모티브로 한 '세종광장'으로 개명한다. '아침을 여는 문, 동대문'이라는 도시브랜드를 구현한다는 것이다.
9개 시장은 '나인보우 마켓' 테마로 재편하고 문화광장, 스카이워크, 미디어아트보행로를 조성한다. 경희대·한국외대·서울시립대 등 대학가에서 청량리역을 거쳐 마켓몰청량으로 이어지는 왕산로에 '빛의 거리'를 조성한다. 왕산로는 1905년 을사늑약 당시 왕산 허위 선생이 의병을 일으켜 13도 창의군이 서울 진격 마지막 주둔지였던 역사적 의미를 담고 있다. 이 구청장은 "의병들이 야영했던 신설동에서 청량리까지를 의병의 서울 진격 진지로 기리면서 그 거리를 새롭게 만들어야겠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경동시장에는 이미 스타벅스 경동1960점과 경동시장 청년몰 등이 들어서 '어르신 홍대'에서 진짜 MZ세대 핫플레이스로 탈바꿈했다. 여기에 스마트배송체계, AI안내로봇 등 혁신기술을 접목한다. 연결 도시를 위해 전통시장-대학-역사 콘텐츠를 더욱 유기적으로 잇는다. 현재 청량리시장 일일 유동인구는 평일 3만명, 주말 10만명이다. 최근 2년간 시장 월평균 점포별 카드 매출액은 70.4% 증가했다.
경희대부터 고려대까지는 '지식의 거리'로 명명해 대학가와 연계한다. 회기랑길을 육성해 신촌과 홍대에 버금가는 대학가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최근 서울한방진흥센터는 드라마 '케데헌'의 한의원 닮은꼴로 알려지면서 외국인 관광객이 월 400명에서 1800명으로 4배 증가했다. 전국 최대 규모 한약재시장인 서울약령시와 함께 K-웰니스의 대표 명소로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전통시장-대학-역사문화 콘텐츠가 트라이앵글 형태의 순환구조를 이루며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고 있다.
2030년 청량리역은 GTX-B·C노선, 면목선 등 12개 철도노선이 집결하는 수도권 최대 환승거점이 된다. 하루 이용객도 30만명으로 추정된다. 이 구청장은 "30만명이 지나갈 때 청량리 전통시장을 한번 구경하자고 하는 미끼를 던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통시장과 청량리역, 그다음에 젊음의 거리인 대학가를 함께 연결해 지역만의 독특한 성장 동력을 만들어내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노후된 이미지를 완전히 벗어던지고, 절박함과 절실함이 힘이 되어 변화와 혁신을 반드시 성공으로 이끌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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