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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수원시 ‘고립무원’ 시민 구하기 …“3개 기관 합동하니 길이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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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홍화표 기자

승인 : 2025. 08. 28. 15:30

폭염 속 한낮 다리밑에 상처투성이 신원미상 노인 발견 신고
동직원·경찰·119요원 현장 출동 인적사항 수소문 소동
보호자 없어 요양병원 이송, 간병비 공동모금회서 지원해 해결
광교지구대
'고립무원'인 한 노인을 구하기에 나선 수원시 광교1동 공직자와 광교지구대 경찰관/홍화표 기자
"3개 기관 합동하니 구호의 길이 보여요"

28일 수원시에 따르면 무더위가 한창인 지난 27일 오후 1시 20분 수원시 시민복지국에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

수원시 광교웰빙타운 쇠죽골천 두릉교 밑에 한 노인이 얼굴에 상처투성인 채로 개울물을 마시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거동도 어렵고 몇일째 먹지도 못해 물과 요기 거리를 드렸지만 관의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는 민원인의 신고다.

그리고 30분 뒤인 오후 1시 50분에 수원시 광교1동 직원 3명이 달려왔다. 그들은 그 노인의 상태를 살피고 인적 사항 확인이 불가 하자 광교지구대에 지원 요청을 했다.
오후 2시 20분 도착한 3명의 경찰은 건강 상태를 챙겨보고 인적 사항을 확인하니 우만 1동 주민 000씨 라는게 밝혀졌다. 이어 119 대원 3명도 왔다.

문제는 현장에 출동한 기관원 9명 모두 광교1동에서 나와 우만1동 거주자인 이 노인에 대한 관할지역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런데도 3개 기관 관계자들은 보호자가 없는 상태에서 이 노인을 받아 줄 수 있는 병원이 있는지 알아보는 힘든 과정을 거쳤다.

그동안 광교1동 직원은 우만1동 관계자를 통하여 이분이 수원시에서 의료·생계·주거를 해결해주는 기초생활수급대상자라는 것을 알아냈다. 즉 병원에 가면 치료비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그동안 분주히 수십 곳 병원에 전화를 119요원은 분당 재생병원에서 이 노인을 받아 준다는 확답을 얻어냈다.
광교지구대
성처를 치료하기위해 병원으로 가자고 몇시간째 한 노인을 설득하고 있는 3개 기간 공직자들./홍화표 기자
그러나 문제는 이제부터였다. 이 노인은 몇 시간 동안 아무리 어르고 달래도 병원도 집에도 가지 않겠다는 것이다.

평소 시민복지국장으로부터 듣던 "수혜자별로 맞춤형 사례 관리를 해 나가고는 있는데, 어려움이 많은 것도 현실이다. 특히 복지가 촘촘해도 본인 의사가 완강하면 어려움이 있다"는 말이 머리에 생생하게 떠오르는 순간이다.

결국 민원이 접수 된지 4시간 뒤에 경찰 3명이 더 달려와 이 노인은 임시 구호 목적으로 광교지구대 보호소로 떠났다.

오후 6시경 되어 이 노인의 실체가 좀 더 드러났다. 노인은 거동불편자 이면서 배회하는 성격의 정신병이 있으며, 감염병 대상자는 아닌 것으로 보건소에서는 파악됐다. 우만1동장이 광교 지구대에 나가 노인정신건강센터랑 협의해서 병점에 있는 효성요양병원으로 이송하기로 했고 요양병원 간병비는 동 공동모금회에서 지원해 주기로 했다.

더위가 한창인 이날 한 '고립무원' 시민을 구하기 위해 출동한 인력만 무려 3개 기관 13명에 달한다. 그들의 땀과 노고 그리고 적극성과 인내가 없었으면 그 노인은 어떤 상태로 발견될 지 아무도 모른다.

이처럼 '고립무원' 인 한 노인을 구하기에 참여한 관계자들은 "상황은 어렵지만, 그래도 기관들이 힘을 합쳐 구호해야지요" 고 말했다.



홍화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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