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소명 반영 안돼"… 불복 시사
일회성 비용 부담 ↑… 실적 타격 우려
일각 "과징금 적법·적정성 따져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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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는 과징금에 따라 SK텔레콤도 당혹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당장 일회성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하반기 실적 반등도 사실상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회사 측은 재발 방지에 전사 차원의 역량을 다하겠다면서도 이번 과징금 처분과 관련해선 불복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사상 최대 1300억 과징금…"중대성 매우 높아"
28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이하 개보위)에 따르면 전날 열린 제18회 전체회의에서 SK텔레콤에 과징금 1347억9100만원, 과태료 96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2022년 구글(692억원)과 메타(308억원)에 총 1000억원을 부과한 이후 단일 사업자 기준 사상 최대치다. 개인정보보호법상 과징금은 매출액의 3% 이내에서 부과할 수 있다. 지난해 매출로 단순 환산 시 3000억원대까지 예상됐지만, 과거 사례 등에 비출 때 수백억원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개보위는 안전조치 의무 위반, 개인정보 보호책임자 지정 및 업무 수행 소홀, 개인정보 유출통지 지연 등을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내용으로 적시하며 사안의 중대성을 강조했다. 실제로 개보위는 이번 과징금 산정 기준을 최고 수준인 '매우 중대한 위반'으로 결정했다.
고학수 개보위원장은 이날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3개월이 넘는 집중 조사를 통해 SK텔레콤이 다수의 안전조치 의무를 위반해 2300만명 이상의 디지털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을 확인했다"며 "국민 절반을 고객으로 둔 1위 통신사가 매우 중대한 성격의 개인정보 관리를 오랫동안 잘못해왔다는 점에 대해 위원들의 인식이 대부분 일치했다"고 밝혔다.
◇SKT "고객정보보호 만전…과징금 처분은 유감"
4월 18일 유심 해킹 사고 이후 수십만명의 가입자를 잃은 SK텔레콤은 이번 과징금 처분으로 또 한 번 수익성에 막대한 타격을 입게 됐다. SK텔레콤에 따르면 4월 19일부터 위약금 면제 종료일인 7월 14일까지 번호이동 순감 규모는 72만명이다. 지난 10년 간 지켜왔던 이동통신시장 점유율 40%선도 무너진 상태다. 지난 2분기를 기점으로 수익성 악화가 본격화된 가운데 위약금 면제 조치에 따른 손실과 과징금 지출까지 이뤄질 경우 3분기에도 수천억원의 일회성 비용이 발생할 전망이다. 앞서 SK텔레콤은 2분기 유심 무상 교체 등으로 2500억원 규모의 일회성 비용을 지출했다.
SK텔레콤은 입장문을 통해 "이번 결과에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있으며, 모든 경영활동에 있어 개인정보 보호를 핵심 가치로 삼고 고객정보 보호 강화를 위해 만전을 기할 것"이라면서도 "조사 및 의결 과정에서 당사 조치 사항과 입장을 충분히 소명했음에도 결과에 반영되지 않아 유감"이라고 밝혔다. 회사 측은 추후 의결서를 수령한 후 면밀히 검토해 입장을 정한다는 방침이다. 회사 안팎에선 개보위 처분에 불복해 법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현 정부 출범 초기인 만큼 정면으로 맞서긴 어려울 것이란 시각도 적지 않다.
◇전문가 "과징금 적정성 따져봐야" 한목소리
전문가들도 이번 과징금 규모를 두고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례로 구글은 이용자 개인정보를 동의 없이 수집해 온라인 광고에 활용했는데, 과징금은 692억원에 그쳤다. 반면 SK텔레콤은 해킹 피해를 입은 데다 별도의 이득을 취하지도 않았단 점에서 불합리하다는 의견이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개보위 사상 최대 과징금으로 산정의 적법성과 적정성 여부는 향후 법원에서 다투어질 것으로 보이나, 부당이득이 없는 상황에서 제재적 성격으로만 볼 경우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짚었다. 김태오 창원대 법학과 교수도 "과징금 제도의 본질은 법 위반으로 이득을 얻거나 매출에 기여가 있었던 부분을 환수하는 것인데, SK텔레콤은 유심 해킹 사고를 통해 이득을 챙긴 부분이 없다"며 "기본적인 법 위반은 인정할 수밖에 없지만, 처분 측면에선 과한 측면이 분명이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