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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검찰개혁 사각지대, 속도전에 가려진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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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아 기자

승인 : 2025. 09. 02.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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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아시아투데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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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은 보여주기식이 아니라 국민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길이어야 한다. 개혁 자체가 목적이 되고 '변화를 위한 변화'로 흐를 때 가장 보호받아야 할 이들은 더 깊은 사각지대로 밀려난다.

검찰은 권한 남용과 정치적 개입 논란으로 오랫동안 국민적 비판을 받아왔다.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검찰청을 폐지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은 것도 이 때문이다. 개혁의 필요성에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추석 전 입법 완료라는 정치적 목표에 치중한 탓에 사회적 약자 보호나 검찰청 폐지가 국민의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에 대한 숙의는 빈칸으로 남아있다.

검찰은 단순한 수사기관에 그치지 않고 학대 피해 아동 보호명령 청구, 친권 상실 청구, 후견인 선임 등 공익적 기능도 수행해 왔다. 그러나 제도 변화 이후 이 역할을 누가 맡고 어떤 절차로 이어갈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특히 신설될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경찰·공소청 간 역할이 겹치거나 모호하면 역할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이런 구조적 불안정성은 결국 법률 대응 자원이 부족한 사회적 약자에게 가장 큰 피해로 돌아갈 수 있다. 사회적 주목을 받지 못하는 사건일수록 절차가 지연돼 증거나 참고인이 사라질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현장에선 이미 경고등이 켜졌다.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수사 지연이 잦아지며 사건 처리 평균 기간은 2018년 약 126일에서 2024년 약 317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경찰 수사에서 미진한 부분을 검찰이 다시 확인·보충하도록 요구하는 '보완수사'도 전체 사건의 13%에 이르지만, 개혁안은 이 기능마저 없애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절차가 복잡하고 길어질수록 소송비용은 커지고, 변호사를 선임하기 어려운 이들에게는 결국 '불송치면 끝'이라는 체념만 남길 수 있다.

여러 우려에도 불구하고 여당은 '추석 전 입법 완료'를 최우선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민주당은 오는 5일까지 수사·기소 분리와 관련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대한 입장을 정리한 뒤, 7일 고위당정회의에서 정부·대통령실과 입장을 조율해 당론 발의에 나설 방침이다. 정청래 당대표가 추석 전까지 검찰개혁 절차를 마무리하겠다고 밝힌 만큼 이달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법안이 처리될 가능성이 크다.

검찰의 권한 집중과 정치적 사건 개입으로 드러난 폐해는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 그러나 개혁의 본령은 권력기관 개편이 아니라 국민의 권리 확대에 있다. 특히 제도 변화 속에서 법률적 자원이 부족한 피해자가 더 깊은 사각지대로 밀려나고 오히려 피의자가 안전지대로 숨을 수 있는 기회가 커지지 않도록 치밀한 대안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 검찰개혁은 정치적 성과의 장식품이 아니라, 국민이 의지할 마지막 보루를 지켜내는 개혁이어야 한다.
박서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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