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LG·GS 여수서 고군분투하는데…싱가포르산 나프타 더 들어온다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50903010001974

글자크기

닫기

이지선 기자

승인 : 2025. 09. 03. 17:35

글로벌 공급과잉 지속…싱가포르도 자체 소화 못해
LG화학, GS칼텍스와 여수 NCC 합병 논의중
대산·울산도 NCC 구조조정
2025090310421835105_00_647
LG화학 여수 NCC./LG화학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나프타분해설비(NCC) 감산과 통폐합 등 구조조정을 가속화하는 가운데, 아시아 최대 정유·석화 허브인 싱가포르마저 최근 나프타 3만5000톤을 한국으로 수출하며 과잉 물량을 소화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업계는 연말까지 최대 25% 감산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여수에서 연산 300만 톤 이상을 생산하는 LG화학은 GS칼텍스와 합작해 석화 기업과 정유사의 수직계열화도 논의하고 있다. 이외에도 롯데케미칼·HD현대, SK·대한유화 등 산단별 재편 논의를 서두르고 있지만, 글로벌 공급과잉 국면이 장기화될 경우 국내 구조조정 강도도 한층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3일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최근 싱가포르 부콤에 있는 정유시설에서 나프타 3만5000톤을 한국으로 수출했다. 이는 약 5년만의 수출로, 그동안 국내 석화업계는 그동안 중동산 나프타를 주로 활용해왔다.

싱가포르는 주롱 아일랜드를 중심으로 글로벌 석유화학회사들이 모여있어 아시아 대표 석유·석화 허브로 꼽힌다. 이중에서 부콤 정유소는 연간 110만톤의 나프타 크래커를 운영하고 있다. 이 때문에 보통 자체 크래커에서 소화하거나 인근인 동남아 및 중국으로 보내는 구조였으나, 이번에 정기 보수 등으로 한국까지 물량을 보내면서 공급과잉이 심화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내 석화업계 역시 수요 둔화와 가격 하락에 대응하기 위해 연말까지 NCC에서의 생산량을 최대 25% 줄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정부는 산업계가 자체 구조조정안을 마련하면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으로, 민간 자구책을 전제로 한 정책 지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연말이라는 시한이 정해진 만큼 대형 석화사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최근 LG화학은 GS칼텍스와 여수 NCC 통폐합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은 여수 NCC에서 에틸렌을 연 338만톤 생산하고 있다. 공급 과잉과 운영 비용 증가, 수익성 악화 등으로 손해가 커지는 만큼 가동률을 낮추는 한편 매각도 꾸준히 타진했으나 성사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물밑에서 여러 논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대산, 울산 등 산단별 재편 논의가 가속화되면서 정유사 중심의 수직계열화가 현실적인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단순 감산을 넘어 원료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꾀할 수 있어서다. 다만 GS칼텍스 처럼 해외 메이저와 합작 형태로 운영되는 정유사는 이해관계 조율이 필요해 더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이란 분석이다.

결국 아시아 석유화학 시장 전반에 공급과잉이 구조적으로 고착화되는 가운데, 국내 업계 역시 감산과 통폐합 같은 구조조정을 넘어 산업 지형 자체를 재편해야 하는 전환점을 맞은 것이란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범용 제품 중심의 생산 체제는 한계에 봉착했다"며 "국내 기업들이 감산과 구조조정으로 버티는 동시에, 배터리 소재·친환경 제품 등 고부가 신사업으로의 전환 속도를 높이지 않으면 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더욱 현실적인 지원방안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나온다. 단순한 세제 혜택이나 선언적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감산과 통폐합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금 공백을 메울 수 있는 현실적인 금융·세제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지선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