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사설] 북·중·러 66년만에 한자리··· 한반도 정세급변 대비를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50903010001982

글자크기

닫기

 

승인 : 2025. 09. 04. 00:01

/연합
중국과 북한, 러시아 3국 정상이 나란히 한자리에 모였다. 냉전 시대였던 1959년 이후 66년 만의 일로, 한국에 불리한 방향으로 '역사적 순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3일 베이징 톈안먼 성루에 올라 '중국 인민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전승절) 80주년' 열병식을 함께 지켜봤다.

시 주석은 열병식 연설에서 "인류는 다시 평화와 전쟁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중국은 폭력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립적이고, 강하고, 위대한 국가이며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의 이런 발언은 미국의 패권주의에 대해 노골적인 반감을 표하며 중국 중심의 새로운 질서에 대한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반서방 연대 구축과 함께 '신(新)냉전'의 서막을 알리는 상징적 장면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중국은 이날 세계 최강 미국 군사력을 겨냥해 전 세계가 사정권인 핵 탑재 미사일 둥펑(東風)-5C 등 첨단무기도 과시했다.

이날 행사 주인공은 개최국 중국과 함께 북한·러시아 3국 정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 주석은 입장에서부터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을 끝 순번으로 배려하며 정중하게 예우했다. 톈안먼 성루로 이동하는 과정에도 3국 정상은 나란히 걸으며 화기애애하게 담소를 나누는 모습으로 전 세계 생중계를 통한 존재감을 부각했다. 프로토콜(외교 의전)이 중요한 외교 행사에서 이런 장면을 연출함으로써 북·중·러 밀착을 통한 3각 연대 구축을 공식화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김 위원장은 딸 주애를 대동해 처음으로 다자외교 무대에 나서서 '정상(正常) 국가의 정상(頂上)'이라는 이미지를 과시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중국 전승절이) 미군의 막대한 지원과 피의 희생 덕분"이라며 "미국을 상대로 함께 음모를 꾸미는 푸틴과 김정은에게도 나의 따뜻한 안부를 전해 달라"는 날 선 반응을 보였다. 관세 압박 등으로 동맹들의 심기를 건드려 온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북·중·러 밀착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져 향후 대응이 주목된다.

북·중·러 밀착은 한반도 정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게 분명하다. 북한은 러시아와 군사협력, 중국과 경제협력 등 관계 증진을 통해 국제사회 고립에서 벗어나면서 핵·미사일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고 비핵화 협상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한반도 정세의 급변을 야기할 수 있다는 말이다. 우리가 한·미·일 결속을 더 강화해야 하는 이유다. 우리 정부는 중·러 밀착을 통해 자신감을 얻게 된 북한이 도발에 나설 때에는 단호히 대처해야겠지만, 대화의 문은 열어두면서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에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