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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北 장마당 환율 폭등 주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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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09. 04. 17:37

조영기
조영기 (전 고려대 교수)
한 대북 인터넷 전문매체는 2~3주 간격으로 북한 장마당에서 이뤄지는 북한 원화의 대미 환율을 조사·보도하고 있다. 이 매체에 의하면 최근 북한 원·달러 환율의 매우 비정상적 폭등 추이가 나타나고 있다. 그 추이는 8900원(2024.5.26.)→1만5000원(2024.8.18.)→2만1000원(2024.12.7.)→2만4700(2025.5.25.)→3만800원(2025.7.19.)→4만3000원(2025.8.17.)다. 환율이 1년 3개월 만에 4.8배 폭등하고 달러당 4만원을 넘어섰다고 한다. 4만원을 넘어선 것은 조사 이래 처음이고 1개월 만의 1만원 이상 폭등도 예전에 없던 현상이다. 이는 북한 원화가 장마당에서 화폐로서의 가치(특히 교환가치)를 거의 상실하고 있고, 이로 인해 장마당 운영도 어렵게 할 것으로 예측된다.

사실 1990년대 극심한 경제위기 이후 장마당은 주민들이 경제적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최소한의 경제적 공간으로 기능해 왔다. 장마당에서 생필품 교환뿐만 아니라 정보 교환도 이루어지면서 시장화에 대한 기대도 컸다. 그러나 최근 환율 폭등이 시장화에 발목을 잡고 있다. 환율 폭등으로 북한주민들이 장마당 접근을 어렵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달러를 보유한 신흥자본계층(=돈주)이나 극히 일부주민들은 예외일 수 있다. 하지만 북한 원화만 소지한 대다수의 북한주민들의 장마당 접근은 극히 제한되면서 장마당 활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결국 환율 폭등의 피해는 오롯이 주민들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그러나 김정은은 '시장을 계획경제의 틀 속에 묶어두려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다행(?)으로 여길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환율은 정치·경제·대외관계 등 다양한 요인들이 중첩적·복합적 상호작용에 의해 결정된다. 이런 측면에서 북한 장마당 환율은 경제적 문제로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첫째 정치적 요인이다. 지난해 5월 '외환거래 단속 기동타격대 활동'이 환율 급등의 불을 지폈다. 이를 계기로 환율이 8,900원(2024.5.26.)에서 12,100원(2024.6.9.)으로 33% 폭등했다. 물론 단속의 명분은 '시장 질서를 정립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시장 참여자는 '김정은의 부족한 통치자금 충당'이라는 사실을 체감했다. 단속이 '신뢰 추락의 신호'로 여겨지면서 달러는 장롱 속으로 더 깊게 숨어들었다. 이를 기화로 장마당은 외부의 작은 충격에 과민하게 반응해 환율 폭등으로 이어진 것으로 판단된다.

둘째, 경제적 요인이다. 최근 북한은 2~3차례 임금인상으로 국정임금이 월 30만원으로 올랐다. 국정임금 상승은 통화당국의 원화 공급증대로 이어지면서 원화가치 하락과 달러 환율 상승으로 이어졌다. 지난 7월 이후 1만원 이상의 환율 폭등은 임금 인상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지난 2년 동안 환율 폭등이 임금 상승의 원인인지 임금상승이 환율 폭등의 원인인지는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 물론 경제적 요인은 정치적 요인의 종속변수로 작용해 왔다.

셋째, 국제 정치적 요인이다. 우선 장마당 참여자는 지난해 북한의 외화벌이 사업인 무기 판매(무기와 단거리 미사일)와 전투병 파병으로 외환을 획득할 것이고, 획득된 외화가 장마당에 일부 유입될 것으로 기대했다. 관계 당국은 무기 판매로 20억~30억 달러의 수익을 올렸고, 군 파병으로 얻은 수입은 연 5.7억 달러 정도라고 한다. 이 규모는 2024년 북한의 무역 규모 26.9억 달러와 비슷한 수준이다. 물론 북한 당국이 외환을 통제하고 있지만 엄청난 규모의 외화벌이가 진행되면 장마당 환율은 하락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다.

그러나 환율이 오히려 급등했다. 왜 급등했는가? 바로 북한-러시아의 거래가 국제결제의 일반관행을 무시했기 때문이다. 즉 국제거래 결제의 일반적 방식인 달러 기준이 아니라 러시아 루블화 기준의 결제방식을 채택했다. 이는 북-러 거래에서 루블화를 결제통화로 사용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상황 때문이다. 2014년 이후 러시아는 크림반도 합병 이후 미국으로부터 에너지 군수 금융 등의 분야에서 제재를 받고 있다. 이런 연유로 러시아는 국제결제에서 루블화를 적극 사용하려 했고 북한도 이에 협조·동조하면서 거래가 이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양국의 정치적 밀착 관계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장마당에서는 달러화나 중국의 위안화만 화폐로서 인정받고 루블화는 쓸모없는 화폐로 인식돼 철저하게 외면을 받는다는 점이다. 즉 루블화는 달러나 위안화의 대체 화폐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시장이 반응했다. 결국 장마당 세력의 기대와 달리 루블화 기준의 무기판매와 군 파병은 달러 공급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또한 권력층의 해외 사치품 구매, 통치자금 상납, 무역상의 대외거래 등에서 달러 수요가 증가했다. 물론 김정은은 루블화가 효용가치가 거의 없다는 건 알았을 것이다. 하지만 루불화 결제방식을 선택한 것은 경제적 손실을 감내하더라고 '핵·미사일 첨단기술 이전'을 더 우선하려는 김정은의 야욕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의 야욕은 핵·미사일 역량 개발, 첨단무기 생산 체계 확립, 해군력 강화, 정보수집 역량 강화 등이며, 러시아 파병 이후 어느 정도 실현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환율 급등현상은 정치적 요인 때문이며, 장마당 경제가 심각한 위기 국면에 직면했다. 이는 주민들의 경제적 자유 축소 및 삶의 질 저하와 김정은 독재권력의 강화·확대로 이어진다. 이런 북한 현상에 눈감는 건 헌법적·민족적 가치를 방관하는 것이다. 그래서 정부의 현명한 대북정책의 방향 결단을 기대해 본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조영기 전 고려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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