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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로 사회적가치…델로, 아트봇으로 新문화 창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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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주 기자

승인 : 2025. 09. 05. 08:00

멸종위기 동물 알리고 소외계층 지원
ESG 경영 인정받아 디즈니 IP 협업

예술과 기술의 융합을 통해 문화 격차를 줄이고 새로운 일자리 및 수요를 만들어 예술 산업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지원 기관이 있다. 2023년 개관 이후 1년 만에 5만7000여명의 예술가·예술기업이 이용하며 융합예술 플랫폼으로 자리 잡은 아트코리아랩이다. 매년 20여개 스타트업과 30여개 기업의 창·제작과 글로벌 진출을 지원해 입주기업 투자유치액이 130배 이상 증가하는 성과를 냈다. 이곳에서 아트테크 스타트업들이 예술의 일상화를 꿈꾸며 미래를 실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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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윤 델로 대표가 서울 종로구 아트코리아랩에서 아시아투데이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민주 기자


"한 장의 종이를 입체 구조물로 제작해 그 안에 예술과 기술, 사회적 가치를 담아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김동윤 델로 대표는 최근 서울 종로구 아트코리아랩에서 진행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종이 접는 기술로 입체적 형태를 만들고 아티스트의 세계관을 입히면 단순한 장난감이 아니라 하나의 작품이자 오브제가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종이 입체물과 예술을 결합해 사회적 가치에 기여하고 세상과 소통하는 문화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의지다.

델로는 조립식 종이 장난감 브랜드 '아트봇'을 운영하는 기업으로, 비목재 종이를 주 소재로 친환경 교육용 완구와 키트를 개발한다. 비목재 종이는 벌목 없이 식물이나 농업 부산물로 만들어 일반 종이보다 환경친화적이다.

비목재 종이라는 친환경성과 가공성에 김 대표는 주목했다. 종이는 구부리거나 접었다 펴고 인쇄할 수 있어 다양한 인터랙션이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소재가 확장·융합이 자유롭고, 플라스틱 재질보다 따뜻한 느낌이 매력적이어서 애착을 느꼈다"고 말했다.

환경 보호와 사회적 가치 창출이 김 대표가 아트봇을 제작하는 데 가장 중점을 두는 요소다. 멸종 위기 동물 위주로 콘텐츠 지식재산권(IP)을 만들어 멸종 위기종에 대한 대중의 인식 개선과 교육적 활용에 도움을 준 사례가 대표적이다. 

델로
델로가 제작한 멸종 위기 동물 몽크바다표범 아트봇./제공=델로
최근에는 아트봇 제작에 사탕수수 부산물이나 코끼리 똥 종이 같은 친환경 소재를 도입하기 위해 실험하고 있다. 아트봇은 키트당 플라스틱 270g을 대체하는 효과가 있다. 적은 제작 비용도 강점이다. 금형 제작에 수천만원이 드는 다른 업계와 달리 목형을 활용해 20만원 수준으로 개발비를 낮춰 큰 비용 없이 상품화할 수 있다.

영세 아티스트와 자폐 아동을 대상으로 문화 창작 및 접근성을 향상하는 등 취약 계층의 사회 활동도 지원하고 있다. 델로는 자폐 아동이 그린 그림이나 김 대표가 아프리카 우간다에서 봉사활동하며 만난 아이들의 그림을 그래픽으로 상품화해 이들에게 판매 수익을 분배하는 구조를 도입했다. 그는 "아티스트나 소외 계층의 아이들이 그린 그림을 그래픽에 활용해 가치를 높이고자 했다"며 "그 과정에서 참여한 사람들에게 수익을 보장해 줄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친환경과 사회적 가치 실현을 추구하는 델로의 사업 방향은 비용 절감, 유명 작가와 협업 등 기업 성장의 발판이 되고 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추구하는 디즈니와 IP 라이선스 계약에서 할인을 받고, 친환경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가와 협업하는 성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디즈니와의 계약은 초기 5000달러에서 3000달러로 40% 할인받았다. ESG 가치를 인정받아서다.

김 대표는 "멸종위기 동물이 그래픽의 주요 소재지만 캐릭터나 콘텐츠 IP를 활용하기도 한다"며 "마블 가면을 제작하기 위해 디즈니 코리아에 찾아갔을 때 종이라는 소재로 디즈니 캐릭터를 유사하게 구현한 것에 긍정적 평가를 해줬다"고 말했다.

디즈니 라이선스 구입 이후 델로는 디즈니 IP를 보유한 대원미디어와 협력해 무료 IP를 사용하고 납품하는 구조를 구축했다. 주토피아, 토이스토리 등 유명 IP 캐릭터를 무료로 활용해 아트봇을 만들어 대원미디어에 납품하는 방식이다. 디즈니 같은 유명 IP를 활용하면서 라이선스 비용 없이 제작·유통할 수 있는 독자적인 구조를 확보한 셈이다.

해외 유명 일러스트레이터와 협업도 이어지고 있다. 친환경 소재로 작품을 만드는 프랑스의 장 줄리앙 작가의 의뢰로 지난해 '장 줄리앙의 종이 세상' 전시에 납품했다. 그는 전시 기획 단계부터 친환경을 고려하는 작가로 유명하다. 세밀한 로트링 펜으로 건축물을 세밀하게 그려내는 프랑스의 티보 에렘 작가의 의뢰도 받았다. 티보 에렘 작가는 드라마 '그해 우리는' 주인공 최우식이 연기한 실제 인물이기도 하다. 작가가 그린 평면의 집을 바탕으로 입체적 형태의 집 모양을 만들어 삼성전자 팝업스토어에 납품했다.

델로와 장 줄리앙의 협업 작품. /제공=델로

국내 엔터테인먼트사와 서비스 유통업과 협력해 대중과의 접점도 확대하고 있다. 이달 5일 방송 예정인 배우 송중기, 천우희 주인공 드라마 '마이 유스'에서 천우희 배우가 색칠·제작한 소품을 제품화해 실제 판매할 계획이다. 미주·유럽·아시아·오세아니아·중동·아프리카 등지에서 서비스되는 일본 및 홍콩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에서도 방영 예정으로 아시아를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 아트봇의 인지도를 높일 계획이다.

SM엔터테인먼트 소속 연예인의 그림을 활용한 아트토이 상품화도 추진한다. 델로가 아트테크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아트코리아랩의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에 참여해 SM엔터 계열사인 SM컬처파트너스의 파트너사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에서는 팝업 스토어를 열었고,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는 펭귄 캐릭터를 VR(가상현실) 제공하는 협업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아트코리아랩 동료 입주 기업 '팀펄'과 협업해 시너지 효과를 냈다. 델로는 2023년 아트코리아랩 개관과 동시에 입주 기업으로 선정됐다.

델로가 B2B(기업 간 거래) 협업과 글로벌 IP 활용 등 사업 모델을 다각화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아트코리아랩의 공이 컸다. 기존에는 자사 몰과 스마트스토어 등에서 제품을 유통하는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사업 중심으로 이뤄졌다.

델로는 아트코리아랩 입주 이후 예술과 기술의 융합이라는 기업 정체성을 뚜렷하게 찾아가고 있다. 김 대표는 "예전에는 형태나 제작 퀄리티에만 몰두했다면 최근에는 어떤 아티스트를 참여시키고 신진 작가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도 더 깊이 하고 있다"고 달라진 점을 밝혔다.

아트코리아랩 비즈센터에서 받은 컨설팅 노하우로 다른 스타트업 대표들에게 직접 해주기도 한다. 그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비즈센터에서 브랜딩 방식, 유통 과정, 법률 이슈 등에 대해 컨설팅을 받았다. 이제는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기관 등에서 직접 컨설팅을 해주는 사람이 됐다"고 말했다.

아트봇의 종이 입체화 기술력은 국내외에서 인정받고 있다. 아트봇에는 종이를 입체적으로 접는 델로의 자체 피봇팅 기술이 들어간다. 이 기술은 국내에서 상표·기술 특허를 받았고, 미국에서도 특허 등록을 완료했다.

델로의 최종 목표는 플랫폼화와 기업 공개(IPO)다. 사람이 설계해야 했던 조립 도면을 AI(인공지능)로 자동화하는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플랫폼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누구나 자신만의 그림이나 디자인을 업로드하면 자동으로 조립할 수 있는 구조물로 변환해 주는 시스템이다. 설계 과정에만 수개월이 소요되는 비효율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AI가 3D 사진을 도면으로 자동 변환해주는 기술을 개발해 제조업 전체의 생산성을 혁신적으로 향상하겠다는 계획이다.

IPO도 염두에 두고 있다. 김봉진 배달의민족 창업자처럼 디자이너 출신으로 상장 주식회사를 만들고 싶다는 포부다. 김 대표는 "신진 작가 및 창작자를 발굴·협업해 작품 활동에 집중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하고, 작업에 참여한 아티스트에게 수익을 분배하며 함께 성장하는 예술 기반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델로와 티보 에렘의 협업 작품. /제공=델로
김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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