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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 중안 모리스 옵스펠드 미 UC버클리대 명예교수. /연합뉴스 |
국내에서는 일단락된 것으로 여겨지는 한미 간 관세협상이 아직 끝난 게 아니라는 미국 석학의 경고가 예사롭지 않게 다가온다. 모리스 옵스펠드 미 UC버클리대 명예교수는 3일 "한미 관세협상이 진정한 의미의 '합의'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 매달, 매분기 미국이 원하는 만큼 무역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새로운 요구를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관세협상이 마무리된 것이 아니라는 게 그의 견해다. 그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주최로 열린 '2025 글로벌 금융안정 컨퍼런스'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1기 정부 때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덕분에 신뢰할 수 있는 협상이 이뤄졌지만 이번엔 그러지 않았다"면서 투자 대상과 투자액, 수익 분배 구조 등 세부 사항이 명확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과 조선업 협력에 대해서도 "투자 주체와 수익 분배 구조 등을 두고 논란이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옵스펠드 교수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경제 멘토'로 불린 경제 석학이다.
옵스펠드 교수의 발언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 정부와 기업이 맞닥뜨린 현실에 딱 들어맞는다. 미 측이 무역 합의에 따라 지난 7월 31일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품목별 관세율을 15%로 낮춘다고 약속했지만 여전히 현장에서는 25% 관세율을 받고 있다. 지난달 말 한미 정상회담 이후에도 변함이 없다. 우리 정부는 자동차 관세율 15% 인하와 반도체·의약품에 대한 최혜국 대우 등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합의한 내용에 대한 명문화를 10여 차례나 요구했다고 한다. 그러나 미국은 이에 응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미 측은 반도체법에 따른 보조금을 출자 전환해 미 정부가 삼성전자 지분 확보를 검토하고 있다고 언론에 흘려 한국을 압박했다. 게다가 미 상무부는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으로 반도체 장비를 반입하는 데 대한 포괄적 허가를 취소해 약 50조원이 투입된 양사의 중국 공장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옵스펠드 교수의 충고도 경청할 만하다. 그는 "한국은 더 넓은 그물망을 던질 필요가 있다. 역내 구성원들끼리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는 것이 충격 보호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일본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권고했다. 중국과 관련해선 "굉장히 큰 무역 파트너이기 때문에 무역 관계가 틀어지면 한국은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침 이날 정부도 CPTPP 가입을 검토한다고 했다. 일본 정부도 한국 가입을 과거처럼 꺼리는 분위기가 아니라고 한다. 정부와 기업 모두 옵스펠드 교수가 지적한 미국 편중 무역의 위험을 절감하고 있을 것이다. 무역 대상을 넓히고 그 연결망을 촘촘히 하는 쪽으로 통상정책을 시급히 전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