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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보이스피싱 무과실 배상제, 은행에 과도한 책임 전가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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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강훈 기자

승인 : 2025. 09. 04. 18:00

손강훈
은행권에 새로운 청구서가 발급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에는 보이스피싱입니다. 정부가 보이스피싱 근절 방안 중 하나로 '보이스피싱 무과실 배상 책임'을 법제화하겠다고 나섰습니다.

무과실 배상 책임의 핵심은 금융회사(은행)가 보이스피싱 발생 피해액의 일부 또는 전부를 배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보이스피싱 범죄가 개인이 예방할 수준을 넘어선 만큼, 은행에게 이를 적극적으로 막아야 하는 책임이 있다는 생각이 밑바탕에 깔려 있습니다.

물론 보이스피싱 문제는 심각합니다. 2021년 이후 감소하던 보이스피싱 범죄는 지난해부터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으며, 올해 7월까지 피싱 범죄 피해액은 7992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습니다. 딥페이크나 음성변조 등 다양한 디지털 기술이 활용되는 등 그 수법은 더욱 교묘해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은행에 너무 과도한 책임을 부여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무과실 배상 책임의 법제화는 보이스피싱 피해자를 위한 후속조치로 논의될 수는 있지만, 보이스피싱 근절을 위한 방안으로 보기는 무리가 있습니다. '배상 책임을 법제화하게 되면 은행이 이를 피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보이스피싱에 대응하게 되고, 이는 보이스피싱 근절로 이어진다'는 정부가 논리가 빈약하게 느껴집니다.

이유는 명확합니다. 보이스피싱을 없애긴 위해서는 범죄 집단을 막아야 하며, 이는 경찰 등 수사기관의 역할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정부가 보이스피싱 발생 책임을 은행에게 떠넘기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드는 것이죠.

물론 은행들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선제적인 보이스피싱 방지를 위한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 구축이 이에 해당합니다. 직원 교육을 통한 대응도 중요하죠. 그리고 현재 은행들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FDS 고도화로 보이스피싱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은행들은 속이 탑니다. 정부의 방침에 공개적으로 반발하기 어렵다 보니, 최근 적극적으로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에 나서고 있다는 자료를 뿌리며 홍보에 나서고 있습니다. 보이스피싱 피해 발생에 대해 은행들이 손 놓고 있지 않다는 것을 어필하는 셈입니다.

보이스피싱 근절을 위한 답은 사실상 정해져 있습니다. 적극적인 수사를 통한 범죄집단 소탕, 그리고 사례 공유, 대응 방법 교육 등을 통한 피해 예방입니다. 정부는 은행에 과도한 책임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보이스피싱 근절까지 걸리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잘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손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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