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금·과징금 등 정부 규제 부담
실적 저하·주주환원 동력 약화 우려
4대 금융 회장 IMF·WB 총회 참석
직접 소통 통해 신뢰 회복 나설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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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부 출범 이후 금융그룹 주가 상승세를 이끌었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하반기 들어 대거 팔아치우고 있다. 올해 상반기 역대급 실적을 거둔 KB·신한·하나금융그룹의 주식을 집중적으로 순매도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는데, 주식 보유 비중이 높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식을 내놓으면서 이들 금융그룹의 주가도 한풀 꺾인 모습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세 배경에는 금융권을 겨냥한 정부 정책·규제로 금융사의 실적과 주주환원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자리하고 있다. 각 금융그룹은 배드뱅크 설립, 정책 펀드 출연, 교육세율 인상 등 정부 요구에 따른 비용 부담을 떠안은 상황이다. 여기에 홍콩 ELS(주가연계증권)와 LTV 담합 사태로 최대 수조원대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는 위기감까지 커졌다.
이에 금융그룹 회장들의 어깨도 무거워졌다. 각 그룹 회장들은 내달 미국에서 열리는 IMF·WB 연차총회에서 해외 투자자들과의 소통에 나서 '정책 리스크'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7~8월 두 달간 주요 금융그룹 주식을 집중적으로 팔아치웠다. 금융대장주인 KB금융에 대한 외국인 주주들의 순매도 규모가 2324억원으로 가장 컸다. 하나금융 2124억원, 신한금융 1561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지난 6월 '바이 코리아' 열풍에 힘입어 외국인 투자자들이 금융주를 대거 사들였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세가 이어지자 주가도 부진했다. 지난 8월 한 달간 신한금융 주가는 3.97% 하락했고, 하나금융과 KB금융도 각각 3.75%, 2.43%의 낙폭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1.8%가량 떨어진 점을 고려하면 금융주의 하락세가 더욱 두드러진 셈이다.
이는 금융주 투자자 가운데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KB금융의 외국인 지분율은 8월 말 기준 77.57%에 달한다. 하나금융(66.74%), 신한금융(59.57%)도 지분율이 50%대를 넘어선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가 꺾인 이유는 금융사의 경영 환경과 실적 전망에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금융그룹들은 상반기 호실적을 기록하고 하반기 주주환원 계획도 구체화했지만, 정부가 은행권을 압박하는 정책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경영 압박이 가중되고 있다.
당장 이들 금융그룹들은 정부가 요구하는 막대한 출연금을 부담해야 한다. 배드뱅크 설립을 위해 은행권이 약 3500억원의 재원을 부담해야 하는 데다, 생산적 금융을 위한 150조원의 국민성장펀드와 관세 위기 기업 지원 등에 대한 추가 자금 출연에도 나선다. 여기에 정부 세제개편안에 따른 교육세율 인상까지 겹치면서 주요 금융그룹들은 각각 최소 수천억원의 비용을 떠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홍콩 H지수 ELS 사태와 LTV 담합 관련 제재도 변수다. 금융당국과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가 확정되면 수조원대의 추가 부담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대규모 충당금 적립은 물론, 위험가중자산 급증으로 CET1(보통주자본비율)이 하락해 주주환원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4대 금융그룹 회장들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심을 달래기 위해 직접 소통에 나선다. 오는 10월 13일부터 18일까지 미국에서 열리는 IMF·WB 연차총회에 참석해 외국인 투자자들을 상대로 IR을 진행한다. 이 자리에서 투자자들에 정부 정책에 대한 그룹의 대응 전략을 설명하고, 기업가치 제고 의지와 그룹의 견조한 펀더멘털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그룹 수장들이 직접 경영 전략과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제시하는 만큼, 외국인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할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