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쿠데타 모의 등 혐의로 기소…12일 첫 재판 앞두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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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독립기념일인 지난 7일(현지시간) 전국 주요 도시에서는 수만 명의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찬반 시위를 벌였다.
극우성향의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군부 쿠데타 모의·대선 불복 폭동 연루 혐의 등으로 기소돼 오는 12일 첫 재판을 앞두고 있다. 유죄가 확정될 경우 그는 최대 40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상파울루 중심가 대로와 리우데자네이루 코파카바나 해변, 수도 브라질리아의 중심가에는 보우소나루 지지자들이 대거 몰려들었다. 브라질 국기와 미국 성조기를 두른 참가자들은 "정치적 박해"라며 그의 기소에 반대했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아들들을 포함한 우파 정치인들은 대법원을 성토하며 "보우소나루 사면"을 요구하는 연설을 이어갔다. 시위대 중 일부는 보우소나루의 재판 중단을 요구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가면을 쓰거나, 거대한 미국 성조기를 함께 펼치기도 했다.
이에 맞서 좌파 시민들은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철창에 갇힌 그림과 "트럼프의 간섭을 거부하라"는 구호를 내걸고 시위를 벌였다. 리우데자네이루에서는 학계 인사들과 활동가들이 함께 행진하며 "사면 반대"를 외쳤다.
참가자들은 특히 1964~85년 군사독재 시절, 반인권 범죄 가해자들이 사면을 받으며 처벌을 피했던 과거를 상기시키며 "역사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 참가자는 "국회가 사면법을 통과시킬 수도 있겠지만 결국은 대통령의 거부권이나 대법원의 위헌 판결로 뒤집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재판은 브라질 내부 문제를 넘어 국제적 외교 갈등으로도 번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브라질 수출품에 5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재판을 이끄는 알렉산드리 드 모라이스 대법관을 '마그니츠키법'에 따라 제재했다. 마그니츠키법은 미국의 인권 제재 관련 법안이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가 오히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룰라 대통령은 지난 6일 독립기념일 전야제 연설에서 "브라질은 외부의 간섭 없이 스스로를 통치할 수 있다. 어떠한 외부의 명령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굴하지 않겠다는 선언으로 해석된다.
정치권의 관심은 국회에서 논의 중인 '사면법'으로 쏠리고 있다. 이 법안은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과 2023년 1월 의사당·대법원·대통령궁 점거 사건에 가담한 수백 명의 극우 지지자들을 사면할지 여부를 다룬다.
일부 정당 지도자들은 그가 교도소에 수감되는 대신 차기 대선 출마권을 영구적으로 제한하는 절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좌파와 시민사회에서는 "민주주의에 대한 배신"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향후 정치적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번 주 판결과 의회의 사면 논의는 보우소나루의 정치적 생존 여부와 함께 브라질 민주주의의 향방을 가를 중대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라고 NYT는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