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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벽 너머엔 뭐가 있을까?”…서울문화재단, 산재사고 다룬 연극 ‘엔드 월’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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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숙 기자

승인 : 2025. 09. 11. 11:12

21년 평택항 컨테이너에 목숨 잃은 고 이선호씨 사고 모티브
제2회 서울희곡상 수상작, 하수민 극작·연출
서울문화재단 "올해 기획방향, '동시대성' 담은 작품 선택"
오는 28일까지 대학로극장 쿼드서 공연
엔드월
서울문화재단이 제2회 서울희곡상 수상작인 연극 '엔드 월(End Wall)-저 벽 너머에는 뭐가 있을까?'를 오는 28일까지 대학로극장 쿼드에서 공연한다./서울문화재단
"저 벽 너머에는 뭐가 있을까?" "바람?" 겹겹이 쌓인 대형 컨테이너는 거대한 성 같은 벽이다. 그 벽 너머엔 드넓은 바다가 있지만, 벽 안에 있는 노동자들은 바다의 존재를 볼 수 없다. 바람조차 잘 들어오지 않고, 새 소리마저 없는 적막한 컨테이너 작업장. 갓 스물을 넘긴 어린 청춘은 저 벽 너머에 '나의 바람', '희망'이 있을 거라고 바란다. 어떠한 안전장치나 지침도 없이 작업장에 들어갔다가 그만 컨테이너 벽에 숨이 멎는 장면부터 극은 시작된다. 2021년 평택항에서 목숨을 잃은 23세 청년 노동자의 죽음을 소재로 한 연극 '엔드 월'이 지난 10일 서울 대학로극장 쿼드에서 개막했다.

11일 서울문화재단에 따르면, 제2회 서울희곡상 수상작인 이 작품은 오는 28일까지 3주간 공연한다. '엔드 월'은 2021년 4월 평택당진항에서 FR(개방형) 컨테이너 작업 중 300kg 벽체에 깔려 숨진 이선호(당시 23세)씨 사건에서 출발했다. 재단은 지난 9일 기자들에게 먼저 공연 시연과 함께 간담회를 진행했다.

하수민 연출가는 "당시 사건을 보고 무언가가 가슴속에 계속 남았다"며 는 "사건을 직접 취재해 희곡을 쓰고 연극까지 완성했지만, 이선호씨가 왜 사망했는지 아직도 알 수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컨테이너의 '끝벽'(End-Wall)을 넘어서 우리가 무엇을 봐야 할지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무대는 실제 FR 컨테이너를 세트로 재현했다. 공연 초반 컨테이너 한쪽 벽이 큰 소리를 내며 넘어지는 장면은 항만 노동 환경의 폭력성을 고발한다. 특히 그는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땀이 나는 시를 만들어보자'였다"며 "노동은 특별한 게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배우들은 지게차와 컨테이너 작업을 '팬터마임'으로 표현한다. 배우들은 지난 5월부터 4개월간 노동의 움직임을 연구해 열심히 땀을 내며 준비했다고 입을 모았다.

하 연출가는 "사회적 참사나 산재 사망자들을 얘기할 때 집단으로 얘기하는데, 한 개인의 서사를 얘기해야 한다"며 "저 벽 너머에 '아성'과 '문명'이라는 개인이 어떤 꿈을 꾸었는지, 관객들도 각자 개인에게 바라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질문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이선호씨를 모티브로 한 '아성' 역의 마광현 배우는 "20대 때를 다시 느끼기 위해 예전 싸이월드 글을 찾아봤는데 비슷한 글들을 저도 썼더라"며 "아성이가 느꼈을 마음 안의 벽과 외부에서 작용하는 벽을 그때를 기억하며 연기했다"고 말했다.

재단 관계자는 "올해 재단 기획방향성이 코로나 이후 많은 것들이 변화한 만큼 '동시대'를 직시해보자는 것"이라며 "인간이라면 누구나 마주하는 경계의 순간이나 고통을 겪는 개인들의 인간성에 집중해 작품을 선택했다"고 '엔드 월' 제작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특히 최근 산재사고가 연이어 발생해 사회적으로 큰 이슈인데, 산재사고 발생률 통계에 가려진 사람의 이야기가 연극 예술을 통해 전달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서울문화재단과 극단 즉각반응이 공동제작한 이 작품은 마광현, 홍철희, 손성호 등 11명의 배우가 출연한다.
박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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