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격 경쟁 불안 털어내고 팬들의 응원 속에 되살린 희망
|
수원은 13일 오후 7시 목동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2 2025 29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일류첸코의 전반 31분 결승골을 지켜내며 서울 이랜드 FC를 1-0으로 제압했다. 이날 승리로 수원은 리그에서 처음으로 이랜드를 꺾었고, 지난해 3월 10일 이후 이어져 온 5전 전패의 악몽을 벗어났다.
승점은 55점(16승 7무 6패)으로 올라섰다. 선두 인천 유나이티드(65점)와의 격차는 여전했지만, 같은 날 충남아산에 패한 3위 부천FC1995(48점)와의 격차는 7점으로 벌렸다. 2위 자리 수성에 성공하며, 승격 경쟁에서 불안 요소를 털어낸 것이다. 반면 7경기 무패를 이어가던 서울 이랜드는 홈에서 제동이 걸렸다. 11승 10무 8패로 승점 43에 머문 가운데, 같은 날 김포FC가 경남을 꺾으며 승점 동률을 허용했다. 간신히 6위를 지켜냈지만, 언제든 순위가 뒤바뀔 수 있는 아슬아슬한 처지다.
경기 전 분위기부터 뜨거웠다. 수원의 변성환 감독은 선수단에 평소와 달리 과거 전적을 직접 상기시켰다. "지지 말아야 한다. 힘 대 힘으로 싸워야 한다"는 주문은 곧 이날 경기의 성격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반면 이랜드 김도균 감독은 부임 이후 이어지고 있는 '3연승의 벽'을 의식했다. 김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이랜드는 아직 리그에서 한 번도 3연승을 달성하지 못했다. 그는 이번만큼은 반드시 그 고비를 넘어야 한다는 각오로 경기에 나섰다. 결과적으로 두 사령탑의 각오는 경기 내내 강렬한 긴장감을 만들어냈다.
경기 초반 주도권은 수원 쪽으로 흘렀다. 수원은 스리백을 기본으로 두면서 상황에 따라 4백 라인을 형성하는 유연한 전술로 이랜드의 공격 루트를 봉쇄했다. 전반 10분 일류첸코와 파울리뇨가 페널티 박스 근처에서 짧게 주고받으며 공간을 만들었고, 공격에 가담한 정동윤의 오른발 슈팅은 수비벽에 맞고 무산됐다. 12분에는 파울리뇨가 날린 중거리 슛이 굴절돼 위협적인 궤적을 그렸지만 구성윤 골키퍼가 침착하게 막아냈다. 이어 13분에도 파울리뇨의 왼발 슈팅이 나왔으나 이번에도 구성윤의 손끝을 넘지 못했다. 이랜드는 측면에서 배서준과 에울레르를 활용해 반격을 노렸지만, 하프라인을 넘기는 패스가 수원 수비진에 차단되며 흐름을 이어가지 못했다.
균형은 전반 31분 깨졌다. 이날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세라핌이 홍원진과 원투 패스를 주고받으며 박스 오른쪽 깊숙이 진입했다. 그의 빠른 움직임에 이랜드 수비가 흔들렸고, 이어진 로빙성 크로스를 구성윤이 제대로 잡지 못하며 공이 뒤로 흘렀다. 순간적으로 문전으로 쇄도한 일류첸코가 빈 골대에 밀어 넣으며 선제골을 뽑아냈다. 지난 5차례 리그 맞대결을 모두 내주던 수원이 마침내 골과 승리를 동시에 가져온 순간이었다.
|
후반 들어 이랜드는 변화를 택했다. 김도균 감독은 배서준을 대신해 변경준을 투입하며 포백 전환으로 전술 변화를 시도했다. 후반 9분 에울레르가 페널티 박스 오른쪽에서 날린 감아차기 슈팅은 골문을 살짝 빗나갔다. 이어 10분에는 프리킥 상황에서 에울레르의 크로스를 정재민이 헤더로 연결했으나 양형모 골키퍼가 몸을 던져 막아냈다. 1분 뒤 에울레르의 왼발 슛은 크로스바를 넘겼고, 12분 정재민이 수원 뒷공간을 파고들며 일대일 찬스를 잡았으나 마무리에 실패했다.
위기를 느낀 변성환 감독은 교체를 통해 반격에 나섰다. 후반 15분 파울리뇨 대신 김지현을 투입했고, 24분에는 김민우와 세라핌을 빼고 박지원과 강성진을 투입했다. 공격의 활력을 불어넣은 수원은 후반 25분 코너킥 상황에서 일류첸코의 헤더를 레오가 골망에 꽂아 넣었지만, 오프사이드 판정으로 무효가 됐다.
이랜드는 조상준, 채광훈, 이어 오스마르와 2004년생 이주혁까지 투입하며 총력전에 나섰다. 후반 35분 서재민의 중거리 슛과 백지웅의 헤더가 연이어 양형모의 슈퍼 세이브에 걸렸고, 추가시간 5분 김오규의 결정적 슈팅 역시 양형모의 손끝에 막혔다. 이날 양형모의 존재는 곧 승리의 방패였다. 최근 가슴 부상으로 컨디션이 완전치 않았음에도 끝까지 골문을 지켜내며 팀에 승리를 안겼다.
|
|
김도균 감독도 패배를 담담히 인정했다. 그는 "비록 졌지만 치열하고 박진감 넘치는 훌륭한 경기였다. 변 감독에게 축하를 전한다"고 했다. 이어 "스트라이커의 부재가 아쉬웠다. 후반에 몰아쳤지만 결정력이 부족했다. 그래도 끝까지 뛰어준 선수들은 박수를 받을 만하다. 지더라도 이런 경기는 칭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가브리엘과 아이데일 등 외인 공격수의 부재, 서재민의 대표팀 차출 피로 누적 등 현실적 한계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번 승리는 수원에 상징적이다. 올 시즌 2연패를 포함해 최근 5연패를 당했던 '천적'을 원정에서 꺾은 데다, 팀 분위기를 바꾸는 전환점이 됐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무실점 승리라는 점에서 수비 안정감을 회복했다는 의미가 크다. 변 감독의 전술적 결단, 일류첸코의 골 결정력, 양형모의 슈퍼 세이브가 모두 어우러진 결과였다.
목동의 밤은 이렇게 수원의 간절한 승리와 이랜드의 아쉬운 패배로 끝났다. 순위표 위아래의 이해관계가 얽힌 경기였던 만큼, 이날 결과는 K리그2 판도에도 큰 파장을 남겼다. 수원은 안정적 2위로 승격을 향한 발판을 마련했고, 같은 날 김포FC가 경남을 꺾으며 승점 동률을 허용한 이랜드는 플레이오프 진출 마지노선인 5위 자리를 지켜내기 위해 더욱 치열한 경쟁에 직면하게 됐다. 무엇보다 '징크스 탈출'이라는 서사는 수원과 변성환 감독의 간절함을 보여주는 한 장면으로 오래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