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권 정치에 직접 영향 미친 대표적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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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현재 임시 내각 구성 과정에 직접 영향력을 행사하며 정치 지형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36세 수단 구룽이 창립한 비영리단체 '하미 네팔(우리는 네팔)'은 디스코드와 인스타그램을 통해 수많은 청년들을 거리로 불러냈다. 정부의 SNS 차단을 가상사설망(VPN)으로 우회하며 행동 지침을 퍼뜨린 이 단체는 단숨에 수십만 명을 결집시켰다. 이들의 영향력은 국가 방송에서 메시지가 인용될 정도였다.
이번 사태는 시위 과정에서 최소 72명이 숨지고 1300여 명이 다치며 네팔 현대사에서 가장 큰 정치적 충격파로 기록됐다.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대통령과 군 수뇌부는 반부패 성향으로 알려진 수실라 카르키 전 대법원장을 임시 총리로 지명했다. 네팔 최초 여성 총리다.
구룽과 하미 네팔은 내각 참여를 고사하면서도 주요 인사 결정 과정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역량 있는 청년 인재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신중하게 절차를 밟고 있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자원봉사자 로네시 프라단(26)은 "우리는 정치인이 되려는 게 아니라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기존 정치권과의 차별성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구룽은 DJ 출신으로, 2015년 대지진과 코로나19 팬데믹 때 구호 활동을 통해 이름을 알렸다. 이번 시위에서도 그는 오자스위 라즈 타파(24·카페 운영자), 레한 라즈 당걸(법학 졸업생) 등 젊은 활동가들과 함께 인스타그램과 디스코드를 운영하며 16만 명 이상의 팔로워를 확보했다.
네팔의 이번 정국 변화는 SNS 기반 청년 운동이 제도권 정치에 직접 영향을 미친 대표적 사례로 평가된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단순한 거리 시위를 넘어 내각 구상 과정까지 개입하면서 기존 정치권의 구도 자체를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향후 과제는 두 가지다. 임시 내각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지, 청년 세력이 선거 이후에도 제도권 개혁의 동력으로 남을 수 있을지다. 구룽과 하미 네팔이 권력 참여 의사가 없다고 밝힌 만큼, 이들의 영향력이 장기적으로 제도화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