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난항’ 한국, 美에너지 정책에 좌우
美에너지 기조 역행하는 기후에너지환경부
견제 균형 무너져, 에너지 외교 대응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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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외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영국 방문 기간 동안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운영을 위한 첨단 모듈형 원자로 건설 등 수십억 파운드 규모의 주요 거래에 서명할 계획이다. 반면 대미 투자 3500억 달러(약 483조원), 에너지 분야 1000억 달러 구매 조건을 제시하고도 후속 관세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는 한국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이어 통상교섭본부장까지 미국에 급파하며 무역 협정 세부 사항을 조율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도 미국 무역 합의 진전을 보이고 있는 모습과도 대조적이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원전과 화석연료 등을 이용해 에너지 자립을 넘어 글로벌 영향력 확대를 통한 에너지 지배 정책을 구상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유럽의 미국산 셰일가스 수입 확대와 탄소 국경 조정 메커니즘(CBAM) 조정, 한국의 에너지 수입, 미국의 불 마운틴 석탄 광산 확장 승인 등을 그 예로 들고 있다. 미국의 원전과 화석연료 기반의 글로벌 에너지 지배 정책은,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조직 체계를 구성하는 기후에너지환경부의 방향성과 향후 충돌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특히 재생에너지로 대부분의 전력수요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새 정부의 인식이 지난 4월 발생한 스페인 대정전 사태를 불러올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스페인은 재생에너지 과전압으로 대정전 사태를 겪고 난 이후 재생에너지 전력을 대폭 줄이고 가스 발전을 늘리는 방식을 선택했다.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에너지 고속도로와 차세대 전력망 등 송전망 확충에 주력하고 있지만, 최소 10~20년 이상이 소요되는 장기 프로젝트 사업이 해답이 될 수 없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트랜스 웨스트 송전망은 허가 승인에 15년, 착공까지 5년이 소요됐고, 500기가와트(GW) 청정에너지 확대 계획을 세웠던 인도는 송전망 건설 속도가 발전 용량을 따라가지 못해 최근 17GW의 전력망 접속을 취소하기도 했다.
한국 경제 상황과 AI 산업의 중요성, 탄소중립 재조정의 글로벌 동향을 따져볼 때 기후변화 대응보다 에너지 산업에 우선순위를 둬야 하지만,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조직 간 견제의 균형을 이루기 어려운 구조를 갖고 있다. 조직 개편이 정치적 개입 가능성을 확대하고 시장 규제의 중립성을 후퇴시킴으로써 미국의 돌발적인 에너지 지배 전략에 순발력을 발휘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설명이다.
전날 국회에서 열린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 무엇이 문제인가' 긴급 간담회에서 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제는 탄소 중립과 경제 성장 중 어디에 더 집중해야 하는지에 대한 공론화가 필요한 시점으로, 기후에너지환경부 개편이 오히려 국민들에게 이런 문제점을 인식시키고 선택권을 주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부가가치 창출이 어렵고 기존 탄소 자본의 좌초가 필수적인 재생에너지 확대를 국가 성장 동력으로 삼는다는 것은 모순"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