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하나·우리 감소… 신한 소폭 증가
대출 규제·금리 인하로 이자이익 둔화
정부 정책 기조 따른 비용 지출도 부담
비이자이익 성장·비은행 계열 성과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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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금융그룹(KB, 신한, 하나, 우리)의 하반기 실적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상반기까지 역대급 성과를 거뒀지만, 3분기 순이익은 작년보다 감소할 것으로 관측됐다. 강력한 가계대출 총량 규제 시행과 정부 정책 기조에 따른 비용 지출 등으로 수익성 하방 압력이 커지고 있다.
주력 계열사인 은행은 기준금리 인하 국면에도 높은 수준의 가산금리 유지를 통해 안정적인 이자이익을 기록했다. 하지만 하반기에는 대출자산 확보 자체가 힘들다는 점에서 역성장이 예상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자장사'에 집중해 왔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내며, 기업투자 등 '생산적 금융'으로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16일 금융정보 분석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대 금융그룹의 올해 3분기 순이익(지배주주) 추정치 합계는 4조8673억원이다. 이는 전년 동기(4조9720억원) 대비 2.11% 감소한 수치다. 순익이 4.19%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 신한금융을 제외하고는 하나금융은 8.37%, KB금융은 3.51%, 우리금융은 0.61% 각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우리금융의 경우 자회사로 편입된 동양·ABL생명의 실적이 3분기부터 반영된다는 점에서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지만, 순이익 전망은 결국 역성장이었다.
증권가의 이 같은 전망은 금융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은행의 나빠진 하반기 경영 환경에 영향을 받았다.
가계대출을 강력하게 억제하는 6·27 규제로 하반기 가계대출 총량 규제가 더욱 강화되면서 은행들은 가계대출 자산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금리인하기 진입에도 예대마진차를 유지하면서 수익을 내왔지만, 자산 확보가 힘들어진 만큼 이자이익 개선세 지속 가능성이 낮아졌다.
이에 기업대출 확대 계획을 밝히고 있지만, 보통주자본(CET1) 비율, 연체율 등 건전성 관리도 중요하다는 점에서 공격적으로 기업대출 자산 확대에 나서기도 쉽지 않다.
물론 비이자이익의 성장세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하다. 올 상반기 국내 주식시장 호황과 원·달러 환율 하락 효과로 유가증권·외환·파생 부문 손익이 늘었는데, 주식시장 호황은 3분기에도 유지되고 있다. 다만 비이자이익의 핵심을 담당할 수 있는 주가연계증권(ELS)의 연내 판매 재개가 불투명해지면서, 이자이익 부진을 극복할 만할 비이자이익 성장을 장담하기는 어렵다.
현 정부의 포용금융·생산적 금융 확대 기조도 당장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배드뱅크·국민성장펀드 출자 등 비용 발생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현수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금리인하와 함께 규제·수익성 제한 이슈는 은행업종의 펀더멘털에 제한요인으로 작용한다"고 평가했다.
은행을 중심으로 이자이익 부진이 예상되는 만큼, 비이자이익 성장세와 비은행계열사 성과가 금융그룹 하반기 실적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은행 외 비은행 포트폴리오가 탄탄한 금융그룹이 유리하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코스피 지수가 3400을 넘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국내 주식시장이 호조를 나타내면서, 각 금융그룹이 보유한 증권사가 얼마나 성과를 내는지가 중요해졌다. 특히 리테일(소매금융)에 강점을 가진 증권사를 보유한 금융그룹의 실적이 기대된다.
업계 관계자는 "주력 계열사인 은행의 주수입원인 이자이익과 관련해 규제에 따른 불확실성이 크게 존재한다"며 "비이자이익의 성장세와 비은행 계열사, 이 중에서도 업황이 좋은 증권사가 성과가 하반기 실적 방어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