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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번아웃 시달리는 교사들…서울시교육청 ‘마음닥터’ 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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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소영 기자

승인 : 2025. 09. 17. 15:35

학생 생활지도·민원·행정업무에 교사 우울·번아웃 심화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낙인 우려로 접근조차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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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와 관련없는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교사들의 정서적 소진과 우울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면서 서울시교육청(시교육청)이 교원 정신건강 지원 체계를 대폭 강화한다. 학생 생활지도와 학부모 민원, 과중한 행정업무에 시달리며 우울감과 번아웃을 호소하는 교사들이 늘어나는 현실에 맞춰, 전문의 상담 창구를 공식화해 현장의 심리적 부담을 덜겠다는 취지다.

17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교권보호위원회 심의 결과 '상해·폭행' 유형으로 분류된 건수는 총 1701건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 보면 2020년 106건에서 2021년 231건, 2022년 374건, 2023년 488건, 2024년 502건으로 매년 증가세를 이어갔다. 특히 매년 100건 가까이 늘어나면서 지난해 처음 500건을 돌파했다. 불과 5년 만에 5배 가까이 폭증한 수치다.

교권보호위원회는 교원에 대한 교육활동 침해 사안이 발생했을 때 시·도교육청 차원에서 심의와 조치를 내리는 기구다. 이 가운데 '상해·폭행' 유형은 교권침해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단계에 해당한다.

이처럼 교권 침해, 생활지도 과정에서의 갈등, 감당하기 힘든 행정 업무가 겹치면서 교사들의 우울·불안, 정서적 고갈은 해마다 커지고 있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한 교사들은 "학생 생활지도를 하다가 학부모 민원으로 이어질까 늘 신경이 곤두서 있다"며 "집에 돌아오면 아무 것도 하기 싫고, 아침에 출근하는 게 두렵다"고 토로했다. 다른 중등교사는 "수업은 좋아서 시작한 일이었는데, 지금은 행정 업무에 치여 수업 자체가 짐처럼 느껴진다"며 "쉬고 싶지만 쉴 수 없는 구조가 더 큰 압박으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문제는 교사들이 스스로 상담과 진료를 받기 쉽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신건강의학과를 찾는 것 자체가 낯설고, 치료 과정에서 교사 신분이 노출될지 모른다는 불안도 컸다. '교사가 상담 받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것만으로도 낙인처럼 작용할 수 있다는 부담감이 있었다. 제로 교육청에 접수되는 상담 건수 중 다수가 '우울·불안', '번아웃 증상'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악화되자 교육당국도 대응에 나섰다. 시교육청은 오는 19일 개정 '교원지위법' 시행에 맞춰 국립정신건강센터, 한국학교정신건강의학회와 협력해 '선생님 동행 50인의 마음닥터' 사업을 본격 가동한다.

그동안 학생 중심으로 이뤄지던 마음건강 지원을 교원으로 확대해 전문 의료기관 및 전문의 명단을 제공하고 교사가 상담·진료를 보다 쉽게 받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핵심이다. 서울교육청은 이를 통해 △교원 상담·진료 의료 지원 △교원·교직원 보호 자문 △예방·치유 프로그램 운영 △정신건강 전문성 향상 등을 지원한다.

정근식 시교육감은 "교원이 안정적으로 수업할 수 있는 건강한 교육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교원지위법 시행일에 맞춰 실행 가능한 체계를 마련해 교육활동 전반에 공백 없는 보호와 지원을 실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설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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