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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업은 ‘생계수단’…꿈을 좇아 투잡 뛰는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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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기자

승인 : 2025. 09. 18. 17:53

비인기 종목 스쿼시 유망주였던 오씨
현실 벽 넘지 못하고 조기 은퇴후 취업
부캐 키우기로 '자아실현' 시도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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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기사 내용은 무관함. /게티이미지뱅크
"정수기 설치 기사가 제 직업이죠. 근데 제 '꿈의 직업'은 스쿼시 코치예요. 이 일을 할 때 보람을 느낍니다."

스쿼시(사방이 벽으로 둘러싸인 코트에서 라켓으로 단단한 고무공을 벽에 맞혀 공이 마루에 두 번 튕기기 전에 되받아치는 구기 경기) 선수 출신 오수현씨(25)는 낮에 정수기 설치 기사로 일하고 저녁에는 무급 코치로 코트에 선다. 과거 홍콩 국제주니어오픈에서 우승했던 유망주였지만, 부모의 반대와 작은 스쿼시 시장 규모 때문에 이른 나이에 은퇴를 결정했다. 스쿼시는 올림픽 종목에도 포함되지 않는 '비인기 종목'이기 때문이다.

은퇴 후 그는 생계를 위해 설치 기술을 배워 취업했다. 본업으로 생활을 꾸리고, 부업으로 꿈을 이어가는 것이다. 오씨는 "코치로라도 스쿼시를 하고 싶었다"며 "돈을 모아 연수와 자격증을 취득해 개인 스쿼시 센터를 운영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이주석씨(25)도 낮과 밤이 다르다. 그는 방송국 계약직 조연출로 근무하며 출연자 관리와 생방송 동선을 챙긴다. 하지만 집에 돌아오면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된다. 개인 여행 유튜브 채널에 올릴 영상을 편집하는 것이다.

이씨 역시 본업보다 부업을 자신의 '진짜 직업'으로 여긴다. 주말이면 카메라 장비를 챙겨 전국을 돌며 일출을 찍지만, 개인 여행 유튜브 채널의 수익은 아직 없다. 그는 "생계와 촬영비 마련을 위해 (방송국)일을 할 뿐"이라며 "(개인)채널을 키워 전업 여행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처럼 하고 싶은 일과는 다른 직업을 선택하는 청년이 늘고 있다. 하고 싶은 일만으로는 생활을 감당하기 어려워 생계유지를 위해 안정적인 본업을 택하고, 퇴근 뒤에야 자신의 꿈을 좇아 '부캐 키우기'로 자아실현을 시도하는 것이다.

이병훈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이러한 흐름은 과거 일본의 '프리타족'과 비슷하다"며 "본업으로는 생계만 유지하고 남은 시간에 예술·여행 등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는 방식이 한국 청년층에도 확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청년들이 직업을 선택할 때 적성과 흥미보다 임금을 우선시하는 경향과도 맞닿아 있다. 올해 3월 국무조정실이 발표한 '2024 청년의 삶 실태조사'에 따르면, 구직할 때 청년들이 고려하는 최우선 요소로 '임금'이 57.9%로 가장 높았다. 반면 '장기적 진로 설계'는 5.4%에 불과했다는 응답이 나왔다.

이 교수는 "부업이 안정적인 수입을 뒷받침하지 못하면 결국 현실과 이상 사이의 간극으로 방황과 생활고를 겪을 수밖에 없다"며 "결국 안정된 수입을 위해 적성과 흥미보다 임금을 우선시한 본업을 선택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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