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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통치 불능의 대륙’으로 추락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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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연 기자

승인 : 2025. 09. 18. 15:52

재정 압박·정치 분열·극단주의 확산 등이 위기 불러
英·佛부터 독일·스페인·폴란드까지 정치 불안 심화
FRANCE-POLITICS-SOCIAL-PROTEST
프랑스에서 전국적인 파업과 시위가 예고된 18일(현지시간) 프랑스 경찰이 마르세유에서 도로를 봉쇄하려는 시위대를 해산하기 위해 배치되고 있다./AFP 연합뉴스
유럽 주요국의 정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 영국 키어 스타머 총리와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대표적이지만, 헤이그에서 바르샤바·베를린·마드리드까지 대부분의 정부가 마비 상태에 빠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정 압박, 느린 행정, 분열한 의회 구도, 양극단의 정당 세력화에 거리 시위까지 겹치면서 '통치 불능 상태'가 굳어지는 모습이다. 프랑스에서는 공공지출 삭감에 반발한 노동계가 대규모 파업을 예고했고, 영국에서는 스타머 총리가 예산 실패와 당내 분열, 극우 시위로 위기를 맞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17일(현지시간) "유럽 각국 정부가 갈수록 통치 불능 상태로 고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 전역에서 공통된 양상은 빈약한 성장 속에서 누가 얼마를 가져갈지를 둘러싼 합의 붕괴다. 좌우 극단은 부유층·이민자를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하며 분열을 확대한다. 고령화로 연금 재정이 악화하는 가운데 독일·스페인 등도 근본적 개혁 압박에 직면했다.

정치학자 지오바니 오르시나는 "세계가 바뀌었는데 유럽은 맞지 않는 퍼즐 조각이 됐다"며 비관론을 내비쳤다.

프랑스와 영국의 국채 장기 금리가 급등하면서 금융시장도 경고음을 내고 있다. 투자자들은 정치적 마비가 장기화할 때 재정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것을 우려한다.

독일은 상대적으로 낮은 부채 비율을 갖고 있지만,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의 연정은 벌써 균열 조짐을 보인다. 국방비 증액을 위해 부채 규제를 완화했지만,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제1야당으로 부상하며 차기 총선에서 집권당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여론조사 결과가 이어지고 있다.

스페인은 카탈루냐 분리주의 세력과의 동맹에 의존해 정권을 유지하고 있으며, 포르투갈은 3년간 세 차례 총선을 치렀다.

이탈리아의 조르자 멜로니 총리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지만, 연립 갈등과 막대한 부채라는 족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네덜란드, 벨기에, 루마니아, 폴란드 등도 정국 불안이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제도적 무력화가 장기화하면서 러시아, 중국, 미국 등 강대국의 압박에 더욱 취약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드론 공격을 통해 폴란드·루마니아 국경을 시험하고 있으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스페인 등 일부 국가와 양자 협력으로 유럽의 단일성을 흔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유럽을 "거래 가능한 자원"으로만 보며 압박하고 있다.

내달 초 열릴 '유럽정치공동체(EPC)' 정상회의가 단기적 해법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유럽 지도자들이 갈수록 '형식적 권위만 가진 군주'처럼 되어가고 있다고 지적한다. 사실상 실질적 통치 능력이 상실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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