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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인민회의서 연설하는 김정은. /연합 |
22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미국이 허황한 비핵화 집념을 털어버리고 현실을 인정한 데 기초하여 우리와의 진정한 평화 공존을 바란다면 미국과 마주 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절대로 핵을 내려놓지 않을 것"이라며 "제재 풀기에 집착하여 적수국들과 그 무엇을 맞바꾸는 것과 같은 협상 따위는 없을 것"이라고 위협했다. 대북제재 해제를 위해 영변 핵시설 포기를 내놨던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과 같은 협상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김 위원장은 또 '적대적 두 국가론'을 부각하며 남한과는 어떤 대화도 하지 않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그는 한국에 대해 "마주 앉을 일이 없으며 일체 상대하지 않을 것"이라며 "결단코 통일은 불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재명 정부의 '중단·축소·비핵화의 3단계 비핵화론'에 대해서도 "우리의 무장해제를 꿈꾸던 전임자들의 숙제장에서 옮겨 베껴온 복사판"이라며 거부의사를 분명히 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대미 메시지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9일 시진핑 중국 주석과의 통화 후 10월 말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의사를 밝힌 직후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호응 여부에 따라 그의 방한 때 북미정상회담이 전격 성사될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진다. 대통령실도 이날 "북미 대화를 지원하겠다"며 즉각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이날 보도된 BBC 인터뷰에서 "북핵 동결은 임시적인 비상조치로서 현실적 대안"이라면서 "북한이 핵무기생산을 동결하는 합의를 한다면 이를 수용할 수 있다"며 전향적 자세를 보였다.
북한을 어떤 식으로든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내기 위해 우리 정부가 핵 폐기 대신 '핵동결과 제재 완화'라는 대안을 제시한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미북이 핵동결 내지 군축협상에 나서더라도 우리를 배제하는 '한국 패싱'은 절대 안 된다. 미북 정상이 만나더라도 2019년 판문점 남·북·미 3자 정상회담처럼 이 대통령도 함께해야 한다. 그래야만 북핵 동결 이행을 위한 국제기구의 사찰·검증 약속이라도 받아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