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C 운영 차질 우려 속 회원국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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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는 익명의 소식통 6명을 인용해 미국 정부가 ICC 기관 전체를 제재 대상에 올리는 방안을 논의 중이며, 이르면 이번 주 안에 결정할 수 있다고 전했다. 미국 정부 관계자도 제재 검토 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구체적인 시점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앞서 미국은 ICC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전범 혐의를 조사하자 카림 칸 검사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 또,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 당국자 80명의 비자를 취소했다.
개별 인사 제재와 달리 재판소 전체를 겨냥한 조치는 훨씬 강력하다. 급여 지급이나 은행 계좌 접근, 소프트웨어 사용까지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운영 기반을 흔드는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ICC는 이미 긴급회의를 열어 대응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피해를 줄이기 위해 직원 급여를 앞당겨 지급하고 대체 은행 서비스 및 소프트웨어 공급처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부 회원국들은 이번 조치에 반발하며 유엔총회에서 제동을 걸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외교가에서는 미국이 압박 수위를 한층 높일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네덜란드 헤이그에 본부를 둔 ICC는 전쟁범죄와 대량학살 등 반인도 범죄를 단죄하기 위해 설립된 상설 국제재판소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ICC 회원국이 아니므로 관할권을 인정하지 않지만, ICC는 팔레스타인을 회원국으로 간주해 해당 영토 내 범죄에 대한 수사권이 있다고 본다.
이번 조치는 단순히 이스라엘 전범 수사를 둘러싼 갈등을 넘어, 국제 사법 체계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파장이 크다. 재판소가 전면 제재를 받으면 수단 내전이나 우크라이나 전쟁범죄 등 다른 사건의 수사와 재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이는 ICC가 지난 20여 년간 쌓아온 국제 법질서의 신뢰성 자체를 흔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이번 사안은 미국과 국제사회의 규범 충돌이 정면으로 맞부딪히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