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조희대 대법원장이 22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2025 세종 국제 콘퍼런스' 개회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 |
조 대법원장 외에도 오경미·이흥구·이숙연·박영재 등 4명의 대법관과 지귀연 부장판사, 한덕수 전 총리 등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의도는 뻔하다. 지난 5월 1일 대법원의 이재명(당시 대선후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유죄 취지 파기 환송 결정과 조 대법원장과 한 전 총리 회동설 등을 따지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에 불리한 판결을 내린 데 대해 판사, 대법관은 물론 대법원장까지 불러 추궁하겠다는 의도다.
집권 여당이 현직 대법원장과 대법관을 증인으로 소환해 청문회를 여는 것은 처음이다. 이는 헌법과 양심에 따라 독립적으로 판결을 내리도록 한 사법부를 짓밟는 폭거(暴擧)다. 과반 의석의 힘을 믿고 최소한의 자제도 내팽개친 행태에 아연할 따름이다. 민주당은 부승찬 의원과 서영교 의원이 제기한 '회동설'에 대해 제대로 된 근거를 대지 못하고 있음에 사과하는 게 우선이다.
이날 청문회 결정은 말 그대로 전격적이었다고 한다. 당초 검찰개혁 입법청문회 실시를 위해 소집된 전체회의였는데, 회의 끝 무렵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야당과 합의 없이 청문회 실시계획서를 기습 상정했다. 민주당 지도부와 사전 협의도 없었다고 한다. 당내에서도 '초강성'으로 꼽히는 법사위 소속 의원들이 단독으로 밀어붙였다는 것이다.
법사위원장을 맡고 있는 추 의원의 자질과 리더십도 논란이다. 차명 주식 거래 의혹으로 민주당에서 제명당한 이춘석 의원을 대신할 법사위원장으로 내정됐을 때부터 추 의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작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 당시 법무부 장관으로서 윤석열 검찰총장과의 충돌 과정에서 드러난 격렬함과 예측불가 성향, 또 이후 피아를 구별하지 않는 험한 말 등으로 법사위를 원만하게 이끌 수 있을지 의구심이 적지 않았다. 우려한 대로 추 위원장은 취임하자마자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법사위 야당 간사가 되는 것을 막아 파란을 일으켰다.
상임위 간사는 통상 각 당의 추천을 존중해 이의 없이 호선으로 처리해 온 게 관행이었다. '추·나(추미애·나경원) 대전'이라는 조어까지 나올 정도로 법사위가 매번 파행을 겪는 데는 추 위원장의 고압적이고 권위적인 상임위 운영이 큰 몫을 하고 있다. 여당 법사위원들의 폭주는 결국 대법원장까지 소환하는 파행으로 이어졌다. 이렇게 정치 불신을 폭증시키는데도 여당 지도부는 이를 제지할 의사도, 능력도 없어 보인다. 우리 정치의 한심한 민낯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