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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리, 이란 제재종료 유지안 부결…제재복원 수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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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민 기자

승인 : 2025. 09. 27. 16:31

중·러 등 4개국 찬성…9개국 반대표에 부결
이란-영·프·독, UN총회 계기 ‘제재복원 연기’ 협상
WP “이란, 나탄즈 핵시설 인근서 지하시설 공사”
기자회견 하는 주유엔 이란대사
아미르 사에이드 이라바니 주유엔 이란대사가 지난 19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이란 제재종료 유지 결의안 부결 결정 후 회의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대이란 제재의 부과 종료를 6개월 연장하는 결의안 논의했으나 9개국이 반대표를 행사해 부결됐다.

15개국으로 구성된 안보리는 26일(현지시간) 의장국인 한국을 대표한 차지훈 주유엔 한국대사 주재로 회의를 열어 대이란 제재 부과 종료 연장안을 표결에 부친 결과 반대 9표로 부결됐다. 이날 표결을 요청한 중국, 러시아를 포함해 파키스탄, 알제리 등 총 4개국이 찬성표를 던졌고, 한국과 가이아나는 기권했다.

결의안 부결에 따라 대이란 안보리 제재는 그리니치표준시(GMT) 기준 오는 28일 0시(한국시간 28일 오전 9시) 자동 복원될 예정이다. 다만 안보리 이사국 간 자동 복원의 효력을 둘러싸고 이견이 있는 데다, 당사자국들이 대화 여지를 남겨두고 있어 제재 복원 이후에도 외교적 합의 가능성을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2015년 체결된 이란 핵 합의(JCPOA)에 서명한 당사국인 영국, 프랑스, 독일은 핵 합의와 관련해 이란의 중대한 불이행이 있었다며 대이란 안보리 제재의 복원 절차 개시를 요청한 바 있다. 제재 복원 절차 통보 뒤 30일 이내에 핵 프로그램과 관련한 대이란 제재를 계속 유예하겠다는 결의가 채택되지 않으면 제재가 자동 복원된다.

앞서 안보리는 지난 19일 회의에서 이란에 대한 제재 종료 상태를 현재대로 유지하는 결의안을 표결에 부쳤으나 찬성표가 4표(중국·러시아·파키스탄·알제리)에 그쳐 부결됐다. 반대는 9표, 기권은 한국과 가이아나 등 2표로, 표결 결과는 이날 결과와 실질적으로 동일했다. 영국·프랑스·독일은 이란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관의 핵 시설 접근을 허용하고, 고농축 우라늄 비축에 대한 우려를 해결함으로써 미국과의 협상 재개에 나설 경우를 기본조건으로 내걸고 이란이 이를 받아들이면 제재 복원을 6개월 연기하겠다고 제안한 바 있다.

바버라 우드 주유엔 영국 대사는 이날 회의에서 "이 안보리는 신속한 외교적 해결을 위한 명확한 경로가 있다는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며 "안보리 결의에 명시된 스냅백 절차의 필요한 단계들을 이행했으므로 대이란 유엔 제재는 이번 주말 재부과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란은 핵무기를 개발 중이라는 서방의 의혹을 부인하며 미국이 지난 2018년 핵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한 상황에서 그에 동조한 영국·프랑스·독일의 제재 복원 시도는 근거가 없고 부당하다고 주장해 왔다. 압바스 아락치 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미국이 외교를 배신했지만, 그것을 매장한 것은 영국·프랑스·독일"라며 "제재 복원은 법적으로 무효이고 정치적으로 무모하며 절차상으로도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제재가 복원되려면 유엔 사무국이 재개 시점을 기해 필요한 조처를 해야 하는데, 이란과 영국·프랑스·독일은 UN 총회 고위급 회기를 계기로 뉴욕에 모여 제재 복원을 연기하고 이란의 핵 프로그램에 대한 장기 협상의 공간을 만들기 위한 막바지 협상을 벌이고 있다.

제재 복원 시점인 28일 이후로도 외교 협상을 통해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도 남아 있다. 도로시 셰이 주유엔 미국대사 대리는 앞선 안보리 회의에서 대이란 제재 복구가 그 이후 외교를 통한 제재 해제를 배제하지 않는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제재 복원 과정 완료 이전이든 이후든 이란과의 의미 있고 직접적이며 시한이 정해진 대화에 대한 미국의 지속적인 준비를 재확인했다"고 언급했다.

한편, 이란이 핵시설 인근에 정체불명의 지하시설을 만들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26일(현지시간) 이란이 지난 6월 미군의 폭격으로 피해를 입은 나탄즈 핵시설 인근에 '정체불명의 지하시설'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상업용 위성사진 분석읕 통해 보도했다.

이 지하시설은 나탄즈 핵시설에서 남쪽으로 1마일(1.6㎞) 거리에 있는 자그로스 산맥의 깊숙한 지역에 있다. 시설의 목적은 아직 불분명하다. 이란은 당초 2020년 이 시설에 우라늄 농축에 필요한 원심분리기를 조립하는 공장을 짓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으나 올해 초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이 시설에 대해 문의했을 때 답변을 거부했다. 지난해 말 착공된 이 시설은 특히 미군의 폭격 직후인 6월 말부터 보안벽이 설치되고 도로가 정비되고 있다.

시설의 깊이가 260∼330피트(약 80∼100m)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는데, 이처럼 지하 깊은 곳으로 시설을 확장·보강하는 점으로 미뤄 은밀한 우라늄 농축 시설, 또는 무기급에 가까운 우라늄 비축분을 안전하게 저장하기 위한 장소일 수 있다고 WP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분석했다. 지난 6월 미군의 폭격으로 포르도와 나탄즈의 우라늄 농축 시설이 심각한 피해를 입었고, 이스파한의 핵시설도 타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김현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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