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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주유엔대한민국대표부에서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을 접견하고 있다. /공동취재 |
지난 26일 코스피는 두 달 만에 가장 큰폭(2.45%)으로 하락했다. 같은 날 달러 대비 원화환율(주간거래 종가기준)은 전날보다 11.8원 급등한 1412.4원으로 마감해 넉 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별한 호재가 없으면 이번 주 중 추가 하락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2년간 3500억 달러가 현금으로 유출되면 환율이 1579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날 금융시장 충격은 미국발 악재 탓이 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5일(현지시간) "한국이 미국에 투자할 3500억 달러는 선불(upfront)"라고 못 박았다. 지난 7월 말 관세협상 타결 직후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3500억 달러 투자는 현금이 5% 정도이고, 나머지 대부분을 대출이나 지급보증으로 할 것"이라고 설명한 것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게다가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이 한국 투자금액을 일본 수준(5500억 달러)으로 늘려달라고 요구했다는 외신 보도까지 나왔다.
실제 3500억 달러는 우리나라 외환보유고 4163억 달러의 84%에 달해 전액 현금투자는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의 지적대로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다. 미국 요구대로 투자하면 663억 달러만 남는데 이는 우리나라 단기외채 1670억 달러보다 1000억 달러나 모자란다. 1997년 외환위기 때는 외환보유고가 단기외채보다 280억 달러 정도 모자라서 달러 대비 환율이 2000원까지 치솟았다. 대외경제 여건 변화 등을 감안하면 당시보다 더 나쁜 시나리오가 벌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선불' 요구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강성파 모임인 '더민주 혁신회의'는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라며 "미국이 동맹인 한국을 속국 취급한다"고 격한 반응을 보였다. 일부 개딸(이재명 대통령 강성 지지세력)들은 최근 미국 대사관 앞에서 반미(反美)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감정적 대응은 사태를 더 악화시킬 뿐이다.
정부는 투자의 전제조건으로 미국 측에 무제한 통화스와프 협정체결을 끈질기게 요구하되, 어렵다면 통화스와프 규모와 현금투자액을 연동시키는 보완책을 강구해야 한다. 국민적 동의를 거쳐 쌀·소고기 시장 추가 개방 등 트럼프 대통령 체면을 세워줄 수 있는 카드 등도 검토해야 한다. 정부는 어렵사리 찾아온 금융시장 회복세가 꺾이지 않도록 대미협상에 전력을 다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