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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믹스 토론회] “AI 확산에 전력공급 적신호… 원전·송전망 강화 병행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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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영 기자

승인 : 2025. 09. 28. 17:25

에너지믹스 해법 마련 토론회
전문가, 편중된 재생E 확대 쓴소리
美처럼 원전 계속운전·신규 건설을
데이터센터 전력시설 지역 분산배치
정책 불확실성에 SMR 성장동력 ↓
AI시대, 에너지믹스 해법 마련을 위한 토론회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AI 시대, 에너지믹스 길을 찾다' 토론회에서 김철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선임연구원(왼쪽부터), 조석진 한국수력원자력 기술부사장, 황석순 아시아투데이 총괄사장,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손양훈 인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정범진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 서철수 한국전력공사 전력계통부사장, 홍광희 한전 계통기술실 부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송의주 기자
AI 산업의 급격한 확산이 국가 전력 수급 체계를 압박하고 있다. 대규모 데이터센터 한 곳의 전력 사용량이 중소 도시 전체의 전력 소비와 맞먹는 등 국내 전력망이 한계에 직면해 있지만, 정부의 정책이 재생에너지 확대에 편중되면서 미래 전력 공급에 비상등이 켜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 호텔에서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아시아투데이 공동주최로 열린 'AI 시대, 에너지믹스 길을 찾다' 토론회에서, 좌장을 맡은 손양훈 인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현 정부 정책의 한계를 정면으로 지적했다. 그는 "AI 확산이 불러올 전력 수요는 기존 전망치를 훨씬 넘어설 것"이라며 "그런데도 정부는 여전히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만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이상적인 접근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손 교수는 특히 미국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미국이 원전 증설과 계속운전에 속도를 내는 것은 단순히 전력을 더 생산하기 위한 차원이 아니다. AI와 반도체, 국가 전략산업을 뒷받침하는 기반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결정"이라며 "한국 역시 원전 계속운전과 신규 건설을 병행하지 않으면 국제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김철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전력 수요의 지역적 불균형을 문제로 꼽았다. 그는 "데이터센터 한 곳이 사용하는 전력이 중소 도시 한 곳과 맞먹는다. 그런데 이 시설들이 수도권에 집중되면 계통 불안정은 불가피하다"며 "호남이나 제주처럼 재생에너지 잉여 전력이 많은 지역에 분산 배치한다면 수도권 전력망 부담을 줄이고 지역 균형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정범진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며, 차세대 원전 기술인 소형모듈원전(SMR)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SMR은 안전성이 높고 부지 제약이 적어 대규모 전력 수요처 인근에 설치할 수 있다"며 "데이터센터와 같은 시설에 맞춤형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또한 한국의 대응 속도가 늦다는 점을 우려했다. "해외에서는 이미 속도를 내고 있는데 우리는 제도 정비와 기술 검증이 늦다. 이 상태라면 미래 전력 수급의 핵심 기술을 외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홍광희 한국전력공사 계통기술실 부장은 송전망의 취약성을 지적했다. 그는 "태양광과 풍력 발전은 지방에 몰려 있는데 전력 수요는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이 불균형을 해소하지 못하면 재생에너지 확대가 오히려 계통 불안정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재생에너지를 수도권으로 안정적으로 이송하려면 초고압직류송전(HVDC) 같은 송전망 신기술이 필요하다. 기존 교류 송전망만으로는 대규모 재생에너지 연계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송전망은 국가 산업의 혈관이기 때문에 국가 차원의 투자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토론 말미에서는 정부 정책의 우선순위와 기술 발전 방향을 놓고 실질적인 질문과 답변이 오갔다. 서철수 한전 전력계통부사장은 "정부가 재생에너지 확대를 기조로 삼고 있는 상황에서 원전과 송전망 강화가 어떤 방식으로 병행돼야 하는지가 핵심"이라며 정책 전환의 구체적 방식을 물었다. 이에 정범진 교수는 "원전과 송전망은 대체 관계가 아니라 보완 관계"라며 "원전이 안정적인 기저 전력을 제공하고, 송전망이 이를 전국적으로 효율적으로 이송하는 체계가 갖춰져야 한다"고 답했다.

조석진 한국수력원자력 기술부사장은 원전 기술 발전 방향을 짚었다. 그는 "현재 원자력 활용에 소극적인 상황에서 향후 기술 발전과 실증이 어떤 방식으로 추진돼야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정 교수는 "SMR을 포함한 차세대 원전 기술은 안전성과 경제성을 확보했음에도 정책적 불확실성 때문에 진전이 느리다"며 "정부가 명확한 로드맵을 제시해야 기업과 연구기관이 속도를 낼 수 있다"고 답했다.
정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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