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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입법 지연의 원인을 직시하자. 국회는 디지털자산을 '투기'와 '범죄'의 온상으로만 보는 낡은 시각에 사로잡혀 있다.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는 규제 강화만 외치며, 혁신 촉진을 위한 세제 개편이나 인프라 지원을 미루고 있다. 예를 들어, 디지털자산 과세 유예가 2025년까지 연장됐지만, 이는 문제 해결이 아니라 미봉책일 뿐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싱가포르나 두바이로 몰려간다. 그곳은 명확한 법적 틀 안에서 자유롭게 실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은 '위험하다'는 핑계로 스타트업을 옥죄고 있다. 결과적으로, 국내 블록체인 기업들은 해외로 탈출하거나, 혁신 아이디어를 꽃피우지 못하고 사장시키고 있다. 자본과 인재의 해외 유출은 국가적 손실을 야기한다.
국회는 디지털자산 법안을 논의하기만 한다. 오늘만 해도 국회에서는 디지털자산과 관련된 간담회가 3개나 열렸다.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관련 디지털자산 관련 법안은 20여 개였는데,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하고 폐기됐다. 대통령실의 '디지털자산 기본법' 추진 약속은 기약이 없다. 금융당국은 '안전'을 명분으로 혁신을 가로막는다. 규제가 없으니 오히려 불법 ICO와 사기 사건이 난무하고, 이용자들은 보호받지 못한다.
이제는 AI와 결합된 Web3 시대다. 그러나 한국은 메타버스, 토큰화 자산, 스테이블코인 등 디지털관련 아젠다에서 변방으로 전락하고 있다. 중국은 블록체인 특구를 만들고, 일본은 Web3 전략을 국가 아젠다로 삼는데, 우리는 여전히 '논의 중'이다.
심사숙고와 늦어진 결정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막대하다. 글로벌 디지털자산 시가 총액은 2025년 6월 말 기준 4,473조 원을 기록했는데, 이 중 K-코인의 비중은 거의 없다. K-코인은 역차별과 그림자 규제로 인해 해외 결쟁자들에게 밀려나 고사 직전이다. 젊은 세대의 창업 열기가 이어질리 만무하다. 블록체인 개발자들은 '한국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라며 해외로 떠난다. 이는 단순한 산업 문제가 아니다. 국가 미래를 저당 잡히는 행위다. 정부는 K-콘텐츠나 K-반도체를 자랑하지만, 디지털자산 분야는 외면하고 있다.
이제는 변해야 한다. 국회를 통한 입법으로 명확한 규제와 공정한 경쟁이 가능한 질서를 만들어야 한다. 규제 샌드박스를 확대하고, 세제 혜택을 통해 스타트업을 유치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금지'가 아닌 '관리'로 전환해야 한다. 신속한 입법과 진흥책이 없다면 글로벌 플랫폼의 소비자 역할만 하고, 창조는 남의 몫이 될 것이다. 이것은 '디지털자산 식민지'다.
과거 산업의 핵심 동력이 석유였다면, 미래 산업의 핵심 동력은 디지털자산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자원을 방치하는 것은 국가적 실책이다. 깨어나라. 혁신의 기회를 놓치지 말라.
/이정훈 한국디지털자산평가인증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