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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고향사랑기부는 지역의 실험장…세금 사각지대 메우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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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형 기자

승인 : 2025. 10. 01. 15:52

고두환 공감만세 대표 인터뷰
광주 발달장애 청소년 야구단·부여 참전유공자 지원 등 성과
일본 12조 vs 한국 879억…세제 혜택·편의성 개선 과제
고두환 공감만세 대표이사 인터뷰
고두환 공감만세 대표가 9월 25일 아시아투데이와 인터뷰에서 고향사랑기부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정재훈 기자
"국가나 자치단체의 정책실험은 실패하면 리스크가 크지만 고향사랑기부는 다르다. 정책 토너먼트가 가능한 거래소라 할 수 있다."

지난달 25일 서울시 마포구 공감만세 사무실에서 만난 고두환 공감만세 대표는 고향사랑기부제의 본질을 이렇게 규정했다. 단순히 세금을 보완하는 장치가 아니라, 국민이 직접 참여해 정책의 성패를 시험해보는 장(場)이라는 것이다. 고 대표는 "재정으로 감당하지 못하는 공백을 기부가 메우면서, 지자체가 새로운 실험을 시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일본의 '고향납세'를 모델로 삼아 2023년 도입된 제도로, 개인이 주소지 외 다른 지역 자치단체에 연간 최대 2000만원까지 기부하면 세액공제와 답례품을 받을 수 있다. 기부금은 주민복리 증진과 지역 발전을 위한 사업에 쓰인다. 정부는 고향사랑기부를 통해 인구감소와 재정난에 시달리는 지자체를 지원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사회적기업 공감만세는 이 제도의 대표적 민간 플랫폼인 '위기브(WeGive)'를 운영하고 있다. 위기브는 자치단체와 기부자를 연결하는 창구로, 특히 기부자가 용처를 직접 선택할 수 있는 '지정기부'를 확산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지정기부는 기부자가 원하는 사업이나 분야를 지정해 기부할 수 있는 방식으로, 고향사랑기부제의 참여율과 효능감을 높이는 핵심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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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두환 공감만세 대표가 9월 25일 서울시 마포구 공감만세 사무실에서 고향사랑기부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재훈 기자
고 대표는 "세액공제나 답례품보다 중요한 건 '내 기부가 변화를 만들었다'는 체감이다. 효능감이야말로 제도의 가장 큰 힘"이라고 말하며 대표적인 성과로 광주 동구에서 추진된 발달장애 청소년 야구단 지원을 꼽았다. 그는 "공익적 가치는 충분하지만 공공 재정만으로는 손대기 어려운 사업이 기부를 통해 가능해졌다"며 "이런 데서 제도의 효능감이 나온다"고 말했다. 충남 부여의 참전유공자 주거개선 사업도 같은 경우다. 고 대표는 "재정만으로는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을 기부가 열어줬다"며 "주민들이 체감하는 성과가 곧 제도의 힘"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제도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아직 갈 길은 멀다. 일본의 경우 상위 20개 지자체가 각각 1000억원 이상을 모아 전체 모금액이 12조원에 달하지만, 한국은 지난해 879억원에 불과했다. 고 대표는 "일본은 자기부담금을 제외하면 기부액 전액을 공제한다. 우리도 공제 범위를 넓히고, 계좌이체나 자판기 기부 같은 방식으로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며 세제 혜택과 기부 편의성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또 다른 과제로는 명칭 변경을 제시했다. 고 대표는 "고향사랑기부제라는 이름은 수도권 출신에게는 와닿지 않는다. 20~40대 절반 이상이 서울·수도권 출신인데 '내 고향은 서울인데?'라는 반응이 나온다. 오히려 '지역사랑기부제'가 제도 취지에 더 맞는다"고 말했다.

고 대표는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 선정 기준을 더 유연하게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부 지자체가 외국산 가구나 수입산 식품을 선정해 비판을 받았지만, 그는 "중요한 건 원산지가 아니라 지역 기여성"이라고 말했다. 일본도 아사히 맥주 같은 대기업 제품을 지역 도가와 협업해 새롭게 만든 뒤 답례품에 포함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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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두환 공감만세 대표. /정재훈 기자
그는 "대기업이나 외국산이라는 이유로 배척할 게 아니라, 지역 사업자와 협업해 지역 고용과 세수에 기여할 수 있도록 문호를 넓혀야 한다"며 "실제로 일본은 해당 지역에 사업장이 있고 주민을 한 명 이상 고용하는 경우에만 허용한다. 우리도 지역 기여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 대표의 시선은 제도의 운영을 넘어, 국민이 주체적으로 참여해 변화를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에 맞춰져 있다. 고 대표는 "고향사랑기부는 단순한 제도가 아니라 국민이 직접 참여해 변화를 만들어내는 실험장"이라며 "선택은 국민이 하고, 국민이 학습하며 어떻게 나아갈지를 볼 수 있는 플랫폼으로 키워가고 싶다"고 말했다.
김남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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