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 배후에 육가공 업체 로비 있었다는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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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현지시간) 프랑스 매체 웨스트프랑스는 유럽연합(EU)의 입법기구인 유럽의회에서 식물성 식품에 육류 관련 단어 명기를 금지하는 법안이 이날 통과됐다고 보도했다. 추후 EU 회원국들이 협상을 거친 후 법안이 최종 시행된다.
이에 따라 고기 성분이 들어 있지 않은 식물성 제품에 '스테이크', '소시지', '버거' 등의 육류 관련 명칭 사용이 금지된다. 해당 법안은 소비자의 혼란을 막고, 전통 축산업을 보호하는 취지에서 나왔다.
법안을 발의한 프랑스 공화당(LR) 소속 셀린 이마르 유럽의회 의원은 "소비자에게 식품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고, 유럽의 축산업을 제대로 인정해 주자는 차원에서 발의했다"며 "식물성 식품 자체를 금지하려는 것이 아니라, 육류 고유의 명칭을 보호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법안을 두고 보수 진영 내에서도 찬반 논란이 일었다. 독일 기독민주당(CDU) 소속 페터 리제 유럽의회 의원은 "이런 사소한 안건에 유럽의회가 시간을 쓰는 것이 안타깝다"며 "소비자들은 '식물성 버거'나 '비건(엄격한 채식주의자) 소시지'의 의미를 이미 충분히 알고 있다"고 비판했다.
법안을 통과시킨 배후에 특정 기업의 로비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네덜란드 친환경 정당 볼트 소속 안나 스트롤렌버그 유럽의회 의원은 "이번 법안은 육가공 식품 제조기업이 식품업계에서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르는 혁신 기업들을 저지하기 위해 추진된 계획"이라고 주장했다.
프랑스 축산육류협회(Interbev)는 "식물성 식품이 육류 명칭을 마케팅 수단으로 사용하면서 소비자 혼란을 야기하고, 순수 축산물과의 경계를 흐리고 있다"며 법안 통과를 환영했다. 이 단체는 프랑스의 축산업을 보호하고 품질을 관리하며 이와 관련된 로비 활동을 한다.
프랑스에선 올해 초 같은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다가 프랑스 최고행정법원에 의해 취소됐다.
유럽의회에서도 2020년 같은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다가 부결됐으나 지난해 선거에서 보수 진영 의석이 증가한 뒤 올해 재실시된 표결에서 찬성 355 대 반대 247로 통과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