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만 정부 지원 없이 400명 구출
캄보디아에서 납치·감금 등 범죄 피해를 당한 교민이나 한국인 노동자가 현지 경찰에 신고하려면 절차가 매우 까다롭다. △본인 위치 △연락처 △건물 사진(동·호수) △여권 사본 △현재 얼굴 사진 △구출을 원한다는 메시지가 담긴 동영상 등 자료를 첨부해 피해자 본인이 직접 텔레그램을 통해 신고를 해야 한다.
그러나 신고가 완료돼도 즉시 출동은 어렵다. 건물과 방 번호가 특정돼야 영장이 발부되고 그 이후에야 수색이 시작된다. 빠르면 하루 길면 일주일 이상 걸린다. 피해자가 구출을 기다리는 동안 '골든타임'이 속절없이 흘러가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인회가 발벗고 나섰다. 한인회는 납치·감금 피해자들의 위치를 파악해 자발적으로 구출에 나선다. 하지만 이 같은 활동은 항상 위험을 동반한다. 이 부회장은 "우리가 돕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보복을 당할 수도 있다"고 했다. 실제로 중국계 불법 조직이 "도운 사람을 가만두지 않겠다"며 협박을 하거나, 구출 활동에 나섰던 교민에게 신변 위협을 가한 사례도 있었다.
이 부회장은 "기다리다간 사람이 죽기 때문에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구출을 시도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한인회는 피해자 신병 확보부터 출국 비자 수속, 귀국 항공편 마련까지 대부분을 자체적으로 처리하고 있다.
그는 "작년에 범죄조직에서 탈출해 한국으로 돌려보낸 인원이 200명가량 됐고 올해는 이미 400명을 넘어섰다"며 "정부 예산이나 지원은 전혀 없고 한인회 임원과 교민들, 뜻 있는 대사관 직원이 사비를 들여 구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방식이 공개되면 구출 루트가 차단될 수도 있다"며 "자세한 구출 과정은 밝히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 부회장은 "필리핀이 범죄가 급증하던 시절 외교 협의를 통해 코리안 데스크를 설치해 대응 시간을 크게 단축한 사례가 있다"며 "캄보디아에도 하루빨리 코리안 데스크가 설치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금도 구출 과정에서 다시 잡혀갈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신고하지 못하는 피해자들이 많다"며 "정부 차원의 협조 창구가 있어야 교민들이 안심하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경찰에 따르면 캄보디아 관련 실종·감금 의심 등으로 경찰에 접수된 사건은 작년부터 이날까지 총 143건이다. 이 중 대상자 소재 및 신변 안전 확인된 사건은 91건이며, 나머지 52건은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