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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오후 13시. 서울 중구 을지로에 소재한 DDP디자인페어에 있는 29CM 브랜드관에 들어서자 입장을 담당한 두 남성이 큰 소리로 관람객을 맞이했다.
단순한 전시장이라기보다는 다양한 취향이 공존하는 커다란 아파트였다.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29CM가 DDP디자인페어에서 선보인 기획 전시 '29APT는 홈 리빙 브랜드를 취향의 유형에 따라 아파트의 동으로 묶어 배치했다.
아파트 동호수에 브랜드명을 상징하는 '29'를 결합해 129동, 229동, 329동, 429동으로 구획한 점이 눈길을 끌었다. 관광객들이 각기 마음에 드는 공간을 선택해 '자신만의 취향'에 입주하는 색다른 경험을 유도한 것이 이곳만의 독특한 특징이었다. 아파트를 단순한 주거 공간이 아니라 개개인의 정체성을 담은 공간으로 만들어 관객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의도가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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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동에서 가장 돋보인 브랜드는 홈패브릭 브랜드 핀카였다. 핀카는 침구, 쿠션 등 여러 범주의 패브릭을 유연하게 조합할 수 있는 구성을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운다. 이러한 구성은 소비자가 다양한 스타일링을 통해 개별적인 정체성을 선명하게 드러내도록 돕는 한편, 주거 공간의 기능을 자아를 표현하는 적극적인 수단으로 확장할 수 있도록 했다. 생활과 취향이 맞닿는 지점을 섬세하게 포착한 결과였다.
29CM 관계자는 "가구, 조명, 의류 등 품목별로 나누던 기존 제품 위주의 전시 방식에서 개개인의 페르소나를 중심으로 브랜드를 배치한 것이 이번 코너의 특징"이라며 "관람객이 취향에 맞는 라이프스타일을 자연스럽게 탐색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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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엔터의 팬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서희(24) 씨는 "이번에 찰스엔터 사인회를 계기로 오끼뜨를 알게 됐다"라며 "오끼뜨 잠옷의 디자인이 깔끔해 남자 친구와 커플 잠옷을 입기 위해 제품을 구입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번 공간에서는 찰스엔터가 직접 제작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해피 벌스데이 파자마'를 비롯해 다양한 도미코리 파자마를 구경하는 관람객들을 볼 수 있었다. 매장 관계자는 "우리 도미토리 파자마는 이 29CM의 '선물하기'에서 많이 거래되는 인기 상품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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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 단연 돋보인 브랜드는 국내 도자기 브랜드인 '무자기'였다. "프리미엄 테이블웨어에 대한 젊은 세대의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는 현장 관계자의 설명처럼 많은 2030 여성층들이 무자기 부스에 모여 도자기를 손에 들고 감상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특히 무자기는 29CM와 단독 콘텐츠를 콜라보하고, '이구홈위크' 등 핵심 기획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마케팅 전략이 실제 성과로 이어졌다. 무자기의 29CM 올해 거래액은 전년 대비 135% 이상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29CM 플랫폼의 큐레이션 역량과 신진 브랜드의 잠재력이 결합해 시너지를 낸 성공 사례로 평가된다.
마지막 동인 '429동: 낭만적 실용주의자'에서는 심미성과 기능성을 모두 갖춘 제품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실용적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공간을 재현했다. 화려한 조명도 없이 깔끔하고 정갈한 공간이 펼쳐졌다.
이곳에 마련된 생활용품 브랜드 라버리 전시관에서는 한 고객이 직접 현장 직원에게 저자극 비건 세제의 성능에 대해 면밀히 물어보고 있었다. 흰색의 미니멀한 깔끔한 병 속에 담긴 세제는 기존의 투박한 세제 용기와는 달리, 흡사 프리미엄 화장품처럼 세련된 용기에 담겨있었다. 기능성과 심미성을 모두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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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버리 전시 관계자는 "지난달 29CM 입점 후 2주 만에 거래액 1억 원을 기록하며 빠르게 인기를 얻고 있다"라며 "소비자들이 생활용품을 자신의 가치관과 취향을 반영하는 제품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으로도 29CM는 라이프스타일 전반의 큐레이션 경쟁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29CM 관계자는 "온오프라인을 어우르는 차별화된 쇼핑 경험을 통해 국내 대표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자리 매김하겠다"라며 "외국인 관광객과의 접점도 넓혀 K-라이프스타일의 성장 가능성을 키워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DDP 디자인 페어는 29CM가 서울디자인재단과 함께 15일부터 19일까지 5일간 개최한 국내 최대 규모의 라이프스타일 전시회다.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이 협력해 국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주제로 공동 주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전시회는 국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의 저변을 확장하고, 한국 디자인 산업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 의미 있는 자리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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