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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군부, ‘현대판 노예’ 사이버범죄 소굴 KK파크 급습…2000여 명 체포·스타링크 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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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5. 10. 21. 09:15

FILES-MYANMAR-SCAM-INTERNET-CRIME <YONHAP NO-3213> (AFP)
지난 9월 17일 태국 딱주 매솟 지역에서 촬영된 미얀마 동부 미야와 타운십의 KK 파크 단지 항공사진. 미얀마 군부는 지난 20일 미얀마에서 가장 악명 높은 인터넷 사기 센터 중 하나인 이곳을 급습하고 스타링크 장비를 압수했다고 밝혔다/AFP 연합뉴스
미얀마 군사정권이 태국과의 국경 지대에 위치한 악명 높은 대규모 온라인 사기 범죄 소굴 'KK 파크'를 급습해 2000명이 넘는 인원을 체포하고 운영을 중단시켰다.

21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전날 군부는 국영 매체를 통해 이 같은 단속 사실을 발표했다. 미얀마 국영매체에 따르면 군부는 9월 초부터 온라인 사기·불법 도박·국경 간 사이버 범죄 소탕 작전을 벌여왔고 최근 그 일환으로 악명 높은 'KK 파크'를 급습했다.

태국과 국경을 맞댄 카인주(州) 미야와디 외곽에 위치한 KK 파크는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는 온라인 사기 범죄의 핵심 본거지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접근, 로맨스나 고수익 투자를 미끼로 신뢰를 쌓은 뒤 거액을 가로채는 '돼지도살(Pig Butchering)' 수법을 사용한다.

이들은 합법적인 고임금 일자리를 제안하는 허위 구인 광고를 통해 태국·베트남·말레이시아 등 주변국은 물론 멀리 아프리카나 남미에서까지 노동자들을 유인한다. 일단 KK 파크에 발을 들이면 이들은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채 감금되고, 여권을 빼앗긴 뒤 잔혹한 폭행과 협박 속에서 사기 범죄를 저지르도록 강요받는다. 사실상 '현대판 노예' 수용소와 다름없는 것이다.

미얀마 군부는 이번 급습을 통해 KK 파크 내 미등록 건물 260여 채를 확인하고, 수백 대의 컴퓨터·휴대폰 등 범죄 도구와 함께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 단말기 30세트를 압수했다고 밝혔다. 체포된 2198명의 국적은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사가 운영하는 스타링크는 정부의 통신망 감시를 받지 않고 고속 인터넷 접속을 가능하게 해주는 서비스다. 미얀마에서는 정식 서비스가 허가되지 않았지만 수백 개 이상의 단말기가 밀수입되어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범죄 조직들이 정부의 통제가 미치지 않는 국경 지역에서 첨단 기술을 활용해 국제적인 범죄 네트워크를 운영해왔음을 보여주는 증거인 셈이다.

일각에선 이번 군부의 대대적인 소탕 작전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KK 파크가 위치한 카인주는 미얀마 군부의 통제력이 완전히 미치지 못하고 카렌족 반군 등 소수민족 무장단체의 영향력이 강한 지역이다.

실제로 군부 대변인인 조 민 툰 소장은 성명을 통해 "카렌민족연합(KNU)의 최고 지도자들이 KK 파크의 사기 프로젝트에 연루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과거에도 KNU의 지원을 받는 회사가 해당 부지를 임대해주었다는 의혹을 바탕으로 제기된 바 있다. 물론 KNU 측은 사기 범죄 연루 의혹을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결국 군부가 이번 급습을 통해 △최근 미국·영국의 캄보디아 제재 등으로 고조된 국제 사회의 비판 여론을 잠재우고 △자신들이 통제하지 못하는 지역의 범죄 책임을 소수민족 반군에게 떠넘기려는 '보여주기식' 단속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미얀마 군부는 이전에도 중국·태국 등 주변국의 압력에 못 이겨 몇 차례 사이버 사기 조직 단속을 벌인 바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는 이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급습 역시 미얀마 내전이라는 복잡한 정치 상황과 맞물려 그 실효성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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