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영업익 47조, 삼성 '16만 전자'로 쌍끌이
"단순 유동성 아닌 구조적 재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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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의 상징으로 유럽 최대·세계 3대 경제대국인 독일을 제치고 시가총액 세계 10위에 등극하며 글로벌 증시의 지형도를 바꾼 것이다. 이러한 지각변동의 중심에는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며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마저 넘어선 SK하이닉스, 그리고 역대 최초로 '16만 전자' 시대를 연 삼성전자의 쌍끌이 활약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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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통신은 28일(현지시간) 한국 주식시장이 기술 대기업들의 약진과 글로벌 AI 붐에 힘입어 가치 면에서 독일을 추월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27일 종가 기준 한국 증시의 시가총액은 3조2500억달러(약 4660조원)를 기록, 3조2200억달러의 독일을 근소하게 상회했다. 이는 2025년 초 이후 한국 증시의 가치가 약 1조7000억달러 더해진 결과다. 이로써 한국은 대만을 턱밑까지 추격하며 세계 10대 주식시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시총 역전은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라, 지수와 수급이 함께 끌어올린 '레벨업'의 결과로 해석된다. 실제로 코스피는 28일 장중 5183.44까지 오르며 전날 장중 최고치(5084.85)를 다시 넘어섰고, 종가도 5170.81로 마감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코스피가 '5100 고지'에 안착하자 코스닥도 1,133.52(4.70%↑)로 급등했고, 코스닥 시가총액은 620조3129억원으로 또 한번 최고치를 새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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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한국은 현재 AI·전동화(electrification)·방위산업이라는 2020년대 가장 중요한 3대 메가트렌드의 병목(bottleneck) 구간에 위치한 유일한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블룸버그는 이번 랠리가 2025년 초 이후 약 1조7000억달러의 가치가 더해진 누적 상승의 산물이라며 이 상승이 단순한 글로벌 경기 회복이 아니라, AI·로보틱스·반도체 공급망에서 한국의 전략적 위치가 재평가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특히 한국 증시는 주주친화적 지배구조 개편과 함께, AI 공급망에서 병목을 장악한 점이 랠리를 가속했다는 평가다.
반면 독일은 자동차와 화학 등 전통 산업의 구조적 쇠퇴와 지정학적 불확실성, 경기 부양책의 모호함에 발목이 잡혀 있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이는 코스피가 2026년 들어 23% 급등한 반면, 독일 DAX 지수는 1.7% 상승에 그친 것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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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물 경제와 자본시장의 괴리에 대한 지적도 있다. 블룸버그와 세계은행(WB) 기준 2024년 독일(4조6900억달러·세계 3위)의 국내총생산(GDP)은 한국(1조8800억달러·세계 12위)의 약 2.5배다.
노무라(野村)증권의 박정우 이코노미스트는 이를 "수출 주도 기업 이익과 부진한 내수 수요 사이의 구조적 분열(structural divide)"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장은 '현재의 덩치'보다 '미래의 성장성'에 베팅하고 있다. 한국 증시의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0.6배로, 독일(16.5배)에 비해 여전히 저평가 상태다. 블룸버그는 이 밸류에이션 격차가 글로벌 자금의 추가 유입 여지를 남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이 독일 시총을 추월한 사건은 단순한 숫자의 역전이 아니라 글로벌 자본이 "누가 AI 시대의 필수재를 쥐고 있는가"를 냉정하게 평가한 결과이자, 한국이 '패스트 팔로워'에서 '핵심 인프라 공급자'로 체질 개선에 성공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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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주식시장의 이러한 거대한 '자금 이동(Money Move)'의 진앙은 단연 반도체다. 특히 SK하이닉스는 28일 발표한 실적을 통해 시장의 기대를 확신으로 바꿨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매출 97조1467억원·영업이익 47조2063억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가장 충격적인 대목은 SK하이닉스의 연간 영업이익이 '반도체 터줏대감' 삼성전자의 전사(DS·DX 등 포함) 영업이익(잠정치 약 43조5300억원)을 사상 처음으로 추월했다는 점이다. 분기 기준으로는 2024년 4분기에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을 앞선 바 있지만, 연간으로는 이번이 처음이다.
영업이익률도 49%에 육박해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1위인 대만 TSMC(50.8%)에 근접하는 수익성을 기록했했다. 특히 지난해 4분기 매출은 32조8267억원, 영업이익은 19조1696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무려 58%에 달했다. 이는 같은 기간 54%를 기록한 TSMC의 영업이익률을 4%포인트 차이로 앞선 수치다.
블룸버그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메모리 칩의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급등을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특히 엔비디아 등 AI 칩셋에 필수적인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에서의 리더십이 SK하이닉스를 AI 인프라의 핵심 기업으로 격상시켰다.
앞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25일 최근의 랠리가 칩에 대한 '채워지지 않는(insatiable)' 수요와 공급 부족이 결합된 결과라고 평가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전 세계 AI의 작동 메모리를 보유하는 것이 곧 세계에서 가장 큰 스토리지 시장이 될 수 있다"고 말했을 때 부문의 상승이 재점화됐다는 분석이다.
◇ SK하이닉스, 美에 'AI 컴퍼니' 설립 100억달러 승부수… 트럼프 리스크를 기회로
실적 잔치와 함께 SK하이닉스는 미래를 위한 승부수도 던졌다. SK하이닉스는 이날 미국에 AI 솔루션 전담 법인인 'AI 컴퍼니(AI Co.)'를 설립하고, 최소 10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법인은 2021년 인텔로부터 인수한 낸드플래시 자회사 '솔리다임'을 재편해 설립되며, SK그룹의 글로벌 AI 전략 허브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SK하이닉스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기반의 솔리다임을 재편해 AI Co.를 출범시키고, 기존 낸드 및 SSD(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 사업은 산하에 신설 자회사(Solidigm Inc.)를 세워 양도하는 방식을 택했다. AI 산업에서 메모리 성능이 데이터 병목 현상을 완화할 핵심 요인으로 부상한 가운데, 'AI Co.'를 AI 데이터센터 전 분야의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회사로 성장시켜 나갈 계획이다.
블룸버그는 이 투자가 단순한 사업 확장을 넘어, 지정학적 리스크 관리의 일환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반도체 제조사들에 미국 내 투자를 강력히 요구하며 관세 위협을 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SK하이닉스의 행보는 미국의 우선순위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이미 인디애나주에 38억7000만달러 규모의 패키징·연구개발(R&D) 시설을 건설 중이며 2028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