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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년의 잡초이야기-56] 자연계의 뱅크시 ‘뚱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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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10. 23. 17:52

(56-1) 뚱딴지 그림
뚱딴지 그림
가을 풀밭에서 이따금씩 반겨주는 키다리 야생화가 있다. 노란색 꽃이 선명한 '뚱딴지'다. '뚱딴지'라는 이름의 유래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감자를 닮은 덩이뿌리가 뚱뚱한 모양이어서 '뚱'이라는 접두사에 '딴짓'을 의미하는 옛 단어가 붙어 '뚱딴지'가 되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돼지감자'라고도 불리는 뚱딴지는 '엉뚱한 행동을 하는 사람'을 비유할 때 쓰여 우리에게 친숙한 단어로 인식되고 있다. 뚱딴지가 왜 '엉뚱하다'는 표현을 갖게 되었을까? 그것은 뚱딴지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불쑥 자라나 꽃을 피우기 때문이다.

예기치 않은 곳에서 출몰해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뚱딴지는 현대 미술계의 이단아 '뱅크시(Banksy)'의 초기 모습과 너무 닮았다. 영국의 거리화가 뱅크시는 건물 벽에 그림을 그리는 그래피티 행위를 '도시예술' '거리예술', 더 나아가 현대예술의 한 축으로 격상시킨 위대한 예술가다. 그는 초창기에 도시 곳곳에서 게릴라처럼 출몰해 건물 벽에 시사성 가득한 그림을 그렸다. 이 기발하고 엉뚱한 행위가 전문가들에게는 조롱의 대상이었으나, 대중들의 폭발적인 사랑을 받으면서 뱅크시는 '현대인이 가장 좋아하는 예술가'가 된 것이다.

뚱딴지도 엉뚱하고 귀찮은 잡초로 인식되어 미움을 받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예쁜 꽃과 영양소 가득한 덩이뿌리가 매력 만점인 야생화다. 많은 이들이 '뚱딴지'에 관심을 갖고 깊은 연구를 거듭하고 있으니 머지않은 미래에 '뱅크시'처럼 인간의 큰 사랑을 받게 되는 날이 올 것이다.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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