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APEC서 미·중 회담 ‘장기전’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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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마르크 뤼터 나토(NATO) 사무총장을 만나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을 취소했다. 지금은 적절하지 않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원하는 지점에 도달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당장은 실익이 없는 만남이라는 판단을 내비쳤다. 다만 "향후 회동 가능성은 열어두겠다"고 덧붙여 외교 채널 자체를 닫지는 않았다.
이번 결정의 배경에는 대화를 통한 돌파보다 압박 카드를 더 세게 누르려는 전략이 깔려 있다. 같은 날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러시아 주요 석유기업 2곳을 제재 명단에 올리며 에너지 수익 줄기를 직접 겨냥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제재할 때가 됐다고 느꼈다. 오랫동안 기다렸다"고 말해, 외교와 압박을 병행하던 기존 기조에서 '제재를 중심축'으로 옮기겠다는 판단이 드러났다는 해석이 나온다.
로이터 통신은 "이번 조치는 회담 무산 직후 발표된 제재로, 정책 전환의 신호라는 분석이 제기된다"고 전했다. 회담 취소와 제재 발표가 맞물리면서, 미국은 협상 문턱을 더 높이고 러시아가 먼저 태도를 바꾸도록 한 협상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것이다.
향후 외교 무게추는 '러시아 조기 타결'에서 '대중(對中) 전략 조율'로 잠시 이동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말 경주 APEC 정상회의에서 열릴 미·중 정상회담을 "상당히 긴 회담(long meeting)이 될 것"이라고 예고한 것도 같은 흐름 속에 있다. 러시아 문제의 직접 해법이 교착된 상황에서, 미국이 중국과의 외교 패키지를 통해 전쟁의 지렛대를 넓히려는 구상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의제로 관세·희토류·미국산 대두·핵군축·러시아 문제를 함께 거론했다. 특히 중국이 러시아산 원유 흐름에 실질적 영향력을 갖고 있는 구조를 감안하면, 미·중 협상 테이블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압박할 우회 수단으로 활용될 여지도 열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