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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미생(未生)도 감사해야 할 양안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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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도 베이징 특파원

승인 : 2025. 10. 23. 14:47

양안 청년들 극도의 취업난에 신음
완생(完生)이 어려운 불생(不生) 상황
미생에 만족하는 것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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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안 미생들의 현실 생활을 묘사한 만평. 그러나 끔찍한 실업난을 감안하면 양안 Z세대 미생들이 마냥 무기력한 생활에 젖어드는 것은 곤란하다고 해야 한다./환추스바오(環球時報).
아무리 완벽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도 자신의 생각대로 인생을 잘 살기는 정말 어렵다. 사회 생활을 하면서 이런저런 실수를 하거나 어려움 등에 직면한 채 고뇌하는 것이 다반사라고 해야 한다. 양안(兩岸·중국과 대만)에서도 이런 불후의 진리가 예외일 수는 없다. 이는 40여년 전 유행했던 '인생은 미완성'이라는 한국의 대중가요가 최근 중국의 동영상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인 더우인 등에서 나름 인기를 끄는 사실을 봐도 진짜 그렇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 보통의 장삼이사(張三李四)들이 직장생활을 거의 완벽에 가깝게 해내는 것은 정말 쉽지 않다고 해야 한다. 좌충우돌하면서 아무리 노력해도 실수의 연발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흔하다. 갓 사회생활을 시작한 청년들은 아예 말할 필요조차 없다. 바둑에 비유하자면 완생(完生)을 위해 노력하나 언제나 미생(未生)인 상태에서 헤매는 것이 다반사라고 해야 한다. 한국의 웹툰과 드라마 '미생'이 수년 전 중국의 한 방송국에서 '탄쒀(探索)'라는 제목으로 리메이크돼 중국인들의 공감을 이끌어낸 것은 바로 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중화권 언론의 최근 보도를 종합하면 요즘 양안의 이 Z세대(30세 전후의 청년층) 미생들은 상당히 나약한 것 같다. 조금만 어려움에 봉착하면 극단적인 선택을 하거나 현실 도피의 경향을 보인다고 한다. 탕팡(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채 누워 지냄)이나 룬(潤·영어 런Run에서 유래한 현실 도피 경향) 등의 단어들이 Z세대 사이에 유행하는 신조어들로 뜨는 현실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일본의 골치 아픈 사회문제인 히키코모리가 양안에서도 대거 양산되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이들을 마냥 비난할 수만은 없다. 다 나름대로 그럴 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양안의 끔찍한 실업 현실을 상기하면 얘기는 확 달라질 수 있다. 어쨌거나 경제 활동만은 하고 있는 양안의 미생들이 너무 배부른 행태를 보인다는 말이 된다. 진짜 그런지는 양안 Z세대들이 직면한 취업 현실을 살펴보면 잘 알 수 있다.

우선 중국의 경우는 각급 학교 재학생을 제외한 16∼24세 청년들의 실업률이 무려 18% 전후를 오르내린다. 제대로 된 직장으로 한정할 경우 이 수치는 더욱 올라간다. Z세대 둘 중 하나는 실업 상태라는 결론을 내려도 무방하다. 미생들이 직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도 어느 정도 만족해야 하지 않을까 보인다.

대만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중국처럼 극단적이지는 않으나 취업난에 시달리는 것이 현실이다. 설사 취업에 성공하더라도 극도의 저임금에 시달리는 케이스도 적지 않다. 취업에 실패하거나 저임금에 눈물 짓는 이들이 자신들이 태어나고 자란 대만을 구이다오(鬼島)로 부르면서 자조하는 것은 절대 괜한 게 아니다. 하지만 역시 어떻게든 취업만 되면 저임금이라도 감지덕지할 불생(不生·아예 취업도 못한 상태를 이름)들에 비하면 꽤 행복한 처지라고 해야 한다.

어느 나라든 나약한 미생들이 많으면 곤란하다. 국가 경쟁력에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이기는 하겠으나 양안의 Z세대 미생들이 패배 의식을 떨쳐내고 분발해야 한다는 말이 될 수 있다. 그래도 불생들에 비하면 상당히 괜찮은 처지라는 사실을 상기하면 더욱 그래야 하지 않을까 싶다.
홍순도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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