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조달력 강화·자금 유동성 개선
인니 적자 고전… 750억→450억 축소
성과 따른 건전성·효율성 강화 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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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카드가 해외시장에서 '선택'과 '집중'에 나선다. 실적이 좋은 태국법인에 대한 투자를 기존보다 늘리고,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인도네시아법인에 대해서는 투자를 줄인다.
이번 투자 조정을 통해 태국법인은 현지 자금 시장에서의 조달 능력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여신업을 전문으로 하는 태국법인의 비즈니스 역량 강화로도 연결될 전망이다. 반면 적자를 기록하며 고전하고 있는 인도네시아법인의 총 투자금액을 줄임으로써, 해외법인 경영에 '효율성'을 강조했다.
26일 카드 업계에 따르면 국민카드는 기존 3월에 공시한 해외 직접투자 규모 조정에 나선다. 태국법인에 대한 직접투자 규모를 기존에 상정했던 400억원에서 700억원으로 늘리고, 인도네시아법인에 대해선 750억원에서 450억원으로 줄이는 것이다. 국민카드는 이번 투자로 두 법인에 2030년까지 지급보증계약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투자규모 변경은 이사회에서 금융·글로벌사업그룹장에게 위임해 지난 23일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급보증 형태의 직접투자를 통해 태국법인의 현지 조달 능력이 향상될 전망이다. 모회사의 지급보증은 현지 차입 대비 조달 금리가 낮아지고, 자금 유동성도 개선돼 영업 기반 유지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아울러 모회사의 지급보증은 현지 시장에 '모회사가 자회사를 끝까지 뒷받침하고 있다'는 인식을 현지 시장과 채권자, 규제 당국에 심어줄 수 있다. 이는 현지 자회사의 차입여건과 협력사 관계, 당국 신뢰 향상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며 현지 법인 비즈니스 역량 강화로도 이어지게 된다.
이번 투자 조정은 태국법인의 실적 성장세와 인도네시아법인 실적 하락세를 동시에 반영한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국민카드는 인도네시아법인에서 올해 상반기 15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는 1억원 규모의 순손실을 봤지만, 손실 규모가 커진 것이다. 같은 시기 태국법인은 26억원 순손실에서 150억원 순이익으로 흑자 전환했다. 즉 실적 좋은 해외법인엔 과감하게 투자를 늘리고, 그렇지 못한 곳은 줄이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태국시장은 국민카드에 있어 각별하다. 국민카드는 국내 카드사 중 유일하게 태국 시장에 진출한 회사다. 태국은 관광산업이 국내총생산량(GDP)의 20%가량 차지하는 동남아시아 관광대국이다. 지난해 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3500만명을 넘어서며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대비 90% 수준으로 회복했다.
기존보다 태국 시장의 소비여력이 상승하며 휴대폰 할부금융상품 실적이 안정적으로 성장한 점이 영향을 미쳤다. 특히 국민카드 태국법인은 삼성전자 태국법인과 함께 삼성파이낸스플러스(SF+)를 출시하며 상반기 실적을 끌어올렸다. 이 상품은 삼성전자 인도법인이 만들어 성공한 모델을 태국시장에도 적용해 국민카드 태국법인과 합작으로 2022년 10월에 출시한 상품이다. 서비스 출시 1년 6개월 만에 100만명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수익성이 낮은 자동차담보대출상품에 대한 지원은 과감하게 줄여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인도네시아법인은 고전 중이다. 무엇보다 인도네시아는 도서국가라는 특성상 전산시스템 구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울러 경제전망도 나빠졌다.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개발은행(ADB) 등은 인도네시아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기존 5.0~5.1% 수준에서 4.8~4.9%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더구나 인도네시아는 동남아 지역에서 금융규제가 가장 까다로운 곳이다. 국민카드가 최근 받은 제재 3건 중 2건은 인도네시아 금융감독청(OJK)으로부터 받았다. 올해 1분기 인도네시아법인은 68억원의 손실을 기록하며 얍 타이 힝(Yap Tjay Hing) 인도네시아법인 최고경영자(CEO)가 사임하기도 했다. 공식적으로는 임기만료와 고령을 이유로 사임했지만, 업계에서는 실적 악화 시점과 맞닿아 있다고 보고 있다.
국민카드 관계자는 "동남아 현지 법인의 진출 초기 성장 지원을 위해 자회사 신용공여를 제공하고 있다"며 "이번 조정은 해외법인 진출국의 경기 상황 및 환율, 최근 태국법인의 자산변화 추이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운영 중인 해외법인의 건전성과 수익성 강화에 보다 초점을 맞췄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