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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부동산 시장…가격보다 중요한 건 ‘정부 신뢰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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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빈 기자

승인 : 2025. 10. 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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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아파트 밀집지역 모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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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부동산부 김다빈 기자
진실이 아닌 말을 반복하다 보면, 훗날 어떤 옳은 말을 하더라도 그 누구도 믿지 않는다는 옛 동화가 있다. 바로 거짓말의 위험성과 신뢰의 중요성을 교훈으로 알려준 '양치기 소년'의 이야기다.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지금 그 모습과 다르지 않다.

정부 부동산 정책의 핵심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아온 국토교통부 1차관 자리가 하루아침에 공석이 됐다. 이상경 전 1차관이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지금 집을 사려니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다. 집값이 떨어지면 그때 사면 된다"고 발언한 것이 논란의 시작이었다. 이 발언이 국민적 공분을 샀고, 결국 그는 자리를 내놓았다.

문제의 본질은 단순한 말실수가 아니다. 공직자의 태도와 행보가 국민의 신뢰를 저버렸다는 데 있다. 이 전 차관은 30억원대 아파트 '갭투자' 의혹에 휩싸였다. 반면, 그가 실무를 총괄하던 지난 15일 발표된 새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서울 전역과 과천·분당 등 주요 경기 12개 지역을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는 초강도 규제를 담고 있었다. 사실상 수도권 전역에서 갭투자가 차단된 시점이었다. 그럼에도 갭투자 논란의 당사자가 "나중에 사라"는 식의 조언을 내놓으니, 시장의 분노는 더 커질 수밖에 없었다.

정부 부동산 정책이 신뢰를 잃는 순간, 어떤 규제나 유인책도 시장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 부동산은 흔히 '살아 있는 생물'로 비유된다. 정부의 한마디, 정책의 방향, 시장의 기대감이 가격과 심리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현 정부는 수요 억제를 통해 자연스러운 가격 하향 조정을 유도하려 한다. 그러나 수요를 누르는 정책이 효과를 내려면, 공급 역시 신뢰를 기반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

공급 정책이 믿음을 잃으면 결과는 뻔하다. 규제가 영원할 수 없기에 집주인들은 매물을 내놓지 않고, 시장은 다시 관망세로 돌아선다. 공급 대책이 아무리 발표돼도 '요지부동'인 부동산 시장이 만들어지는 이유다.

더욱이 정책 신뢰가 흔들리면 시장 참여자들은 정부의 계획을 '형식적인 약속'으로 치부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단기적 시장 안정 효과를 무력화할 뿐 아니라, 중장기적으로는 가격 변동성을 키우고 불안 심리를 강화할 수 있다.

이 가운데 최근 여당을 중심으로 한국부동산원이 매주 발표하는 아파트값 통계를 폐지하자는 논의가 제기되고 있다.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 이 통계의 조작 시도가 드러났던 만큼, 국민의 의구심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수도권 집값 상승을 부추긴다'는 명분 아래 통계를 없애려 한다면, 이를 그대로 믿을 국민이 과연 얼마나 될까.

결국 부동산 시장은 사람의 심리로 움직인다는 점을 정부는 다시 새겨야 한다. 신뢰를 인위적으로 확보할 수 없다는 점 또한 명심해야 한다. 가격을 억지로 억누르려는 정책은 단기적 효과만 있을 뿐, 지속적인 시장 안정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정부가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때, 비로소 정책과 시장의 균형이 맞춰질 것이다.
김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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