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렌티움은 라틴어로 '침묵'(Silentium)을 뜻하며, 한국어 명칭 묵시암(默視庵)은 '고요함 속에서 바라본다'는 의미다. '조용한 눈길로 만나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작가의 의도다.
호암미술관은 미술관 내 전통 정원 '희원'에 '실렌티움(묵시암)'이란 별도 공간을 조성하고 공간 안팎에 신작 4점을 배치했다. 입구에는 돌과 두꺼운 철판으로 만든 설치 작품이 자리해 침묵과 사색의 공간으로 이끄는 안내자 역할을 한다.
실내로 들어서면 신작 3점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입구 왼쪽 방에는 바닥에 그린 도넛 형태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푸른색과 붉은색이 양쪽에 대비를 이룬다. 원은 무한까지 확장되는 우주를, 색채 변화는 생명을 의미한다.
중간 방에는 벽에 그려진 '월 페인팅'(Wall Painting)이 있다. 이우환의 대표 작품인 '점'이 두 면에 그려져 있다. 오른쪽 안쪽 공간에는 큰 돌 위로 조명이 비춰져 벽면에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그림자 반대쪽에는 작가가 목탄으로 또 다른 그림자를 그려 넣었다. 자연과 인간의 상상력이 중첩되는 지점을 드러내며 현실과 환영, 욕망의 관계를 돌아보게 한다.
작가는 "내 작품은 보는 것과 동시에 울림이 있는, 보자마자 느낄 수 있는 생동감이나 에너지가 중요하다"며 "관람객이 침묵 속에 머물며 세상 전체가 관계와 만남, 서로의 울림과 호흡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렌티움(묵시암)' 외에도 호암미술관 내 산책로인 '옛돌 정원'에 이우환의 대형 작품 '관계항' 3점이 새로 설치됐다. '관계항-만남'(Relatum-The Encounter)은 산책로 초입에 자리한 지름 5m의 스테인리스 스틸 링 구조다. 향후 링 양쪽을 마주 보는 두 개의 돌이 더해져 작품이 완성될 예정이다.
|
위쪽 산책로에는 곡선형 스테인리스 스틸과 두 개의 자연석이 역동적인 균형을 이루는 '관계항-튕김'(Relatum-Bursting)이 배치됐다. 흔들리지 않아도 흔들림이 느껴지는 긴장 속에서 한 부분이 튕겨 나간 듯한 형상을 보여준다.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 관장은 "이우환 선생님의 작품을 널리 알리고 싶었는데 그간 상설로 선보일 기회가 많지 않았다"며 "이번에 선생님께서 '실렌티움(묵시암)'과 야외 조각을 직접 제안해 많은 사람이 언제든지 작품을 만날 수 있게 된 것을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유료 전시이며 11월 4일부터 관람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