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모토가 삼진 잡고
사사키가 경기 마무리
일본의 '화수분' 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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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는 전 세계 최고의 야구 스타다. 오타니가 메이저리그에서 투수로도 최고 수준의 활약을 펼침과 동시에 타자로도 공포의 홈런타자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만화에서나 볼법한 이야기가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펼쳐지고 있다.
오타니는 이미 타자로 지난해 새 역사를 썼다. 역대 최초 50-50(50홈런 50도루) 기록으로 메이저리그 무대를 제패했다. 이런 오타니가 올해 다시 투수로도 나서며 최고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가을 야구 무대에서 오타니는 에이스급 선발 투수 몫까지 해내며 다저스의 천문학적인 계약 규모가 결코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고 있다.
오타니의 이번 가을야구에서의 압권은 단연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 4차전이었다. 그는 선발 투수로 나서 6이닝 동안 10탈삼진을 잡으며 승리 투수가 됐다. 타자로도 나서 3홈런을 휘몰아치며 다저스를 월드시리즈 무대로 이끌었다. 오타니는 이번 월드시리즈에서도 다저스의 4선발로 출격한다.
오타니의 말도 안 되는 투타 활약에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함박웃음을 짓는다. 다저스의 최대 약점이 불펜인 만큼 선발진이 제몫만 해준다면 충분히 월드시리즈 2연패를 노릴 수 있어서다. 다저스는 임자를 제대로 만났다. 리그 최고의 타선으로 평가 받는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이른바 '창과 방패'의 대결로 전세계 야구팬의 이목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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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전에선 토론토의 창이 훨씬 날카로웠다. 블레이크 스넬이 일찍 내려간 다저스 마운드를 맹폭하며 완승을 거뒀다.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를 필두로 한 공포의 타선은 조지 스프링어로 점을 찍는다. 스프링어는 시애틀 매리너스와의 아메리킨리그 챔피언십시리즈(ALCS) 7차전에서 극적인 역전 홈런을 날려 팀을 월드시리즈로 이끌었다. 시리즈 MVP는 게레로가 가져갔다. 가을야구 내내 막강한 '빠따의 힘'으로 상대 마운드를 두들긴다.
이런 타선을 잠재운 건 바로 일본인 에이스 야마모토다. 야마모토는 지난 NLCS에서 9이닝 1실점 완투승을 따내더니, 이번 월드시리즈 2차전도 9이닝 1실점으로 연속 완투승을 거뒀다. 선발 투수가 5이닝도 버티기 힘든 가을야구에서 퀄리티스타트도 아닌 완투승을 2번이나 한 건 지난 2001년 커트 실링(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이후 처음이다.
겸손하기로 유명한 야마모토도 2연속 완투승에 한껏 흥분했다. 그는 "내가 생각해도 멋졌다"며 "초반 주자를 내보내고 실점도 했지만 이후 평정심을 찾고 나의 공을 던졌다"고 말했다. 다저스의 슈퍼스타 프레디 프리먼도 "요시노부는 정말 대단하다"며 "칭찬할 말을 찾을 수 없을 정도"며 혀를 내둘렀다. 로버츠 감독도 "이런 투수를 좋아한다"며 "그는 진정한 에이스"라고 웃어보였다.
정규 시즌 내내 부진한 모습으로 실망감만 안겼던 사사키 로키는 가을 사나이로 거듭났다.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6경기에 나와 7이닝 1실점, 평균자책점 1.29로 확실한 마무리로 거듭났다. 총 3번의 세이브도 거뒀다. 로버츠 감독도 불안했던 불펜진에 사사키가 합류하자 흡족한 표정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그는 "(사사키는) 이제 명백한 최우선 옵션"이라며 "내가 기억할 수 있는 선에서 역대 최고의 불펜 퍼포먼스를 보였다"고 극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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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무대인 월드시리즈에서 일본인 투수가 경기를 지배하고, 일본인 타자가 상대 마운드를 두들기며, 일본인 마무리가 경기를 매조짓는다. 일본 소설에서나 나올법한 이야기다. 그런데 일본 야구가 이걸 현실로 만들었다. 한국 야구팬들 입장에서 류현진 이후로 한국인 메이저리그 투수가 전무한 상황에서 화수분 같이 나오는 일본 야구 천재들을 보자니 부러움을 넘어 동경심마저 들 정도다.
이외에도 일본엔 시카고 컵스의 에이스로 활약하는 이마나가 쇼타와 같은 팀에서 활약하는 스즈키 세이야도 눈에 띈다. 여기에 마쓰이 유키(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스가노 도모유키(볼티모어 오리올스), 마에다 겐타(디트로이트 타이거스), 기쿠치 유세이(LA 에인절스) 등 총 16명이 뛰고 있다.
김하성(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김혜성(LA 다저스) 등 야수만 3명에 불과한 한국과 대비된다. 일본은 특히 투수력이 뛰어나 빅리거 투수만 10명이다. NPB에서 활약하면 메이저리그에서 통한다는 계산법이 이젠 정설이 됐다.
한편 KBO에선 수년간 아예 다른 차원으로 빼어난 활약을 펼쳐야 메이저리그에 통할까 말까한 게 현실이다. 과거 박찬호, 서재응, 김선우, 최희섭, 김병현, 구대성, 추신수 등 7~8명이 뛰던 때가 코리안 빅리거가 가장 많았던 때다. 2016년엔 오승환, 박병호, 이대호, 김현수, 최지만, 류현진, 강정호, 추신수 등 8명이 메이저리그에서 뛰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