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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불멸의 부패, 中 명주 마오타이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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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10. 28. 12:28

세계 최고 시총 위용 자랑
한때는 중국 시총 1위도 기록
경영진 부패는 제거 불능 걸림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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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구이저우성 쭌이(遵義) 런화이(仁懷)시 마오타이진에 소재한 한 마오타이 제조공장. 세계 최고의 명주 중 하나를 생산하고 있다./메이르징지신원(每日經濟新聞).
중국을 대표하는 명주 마오타이(茅臺)를 생산하는 구이저우(貴州)마오타이(이하 마오타이)는 정말 엄청난 기업이라고 해야 한다. 중국어로 표현할 경우 평범한 것과는 무려 10만8000리나 차이가 난다고 해도 좋다.

기업의 덩치에 관한 한 천조국 미국에 필적할 중국에서도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시가총액 1위를 달렸다면 굳이 다른 설명은 필요 없다. 한창 때 무려 2조 위안(元·404조 원)까지 갔던 시가총액이 지금도 세계 주류 업계 2위인 벨기에 기업 안호이저 부시 인베브의 2배 이상에 이른다. 완전히 비교불가라고 할 수 있다. 아마도 당분간은 불멸의 기록이 되지 않을까 싶다.

한국 삼성전자의 덩치가 부럽지 않은 마오타이는 이외에도 엄청난 불멸의 기록을 또 하나 보유하고 있다. 이 그룹의 경영을 책임지는 이른바 이바서우(一把手), 즉 회장이 됐다 하면 거의 예외 없이 부패 문제 등으로 낙마하게 된다는 징크스가 바로 그것이 아닌가 싶다. 지난 2011년부터 최근까지의 전임 회장 3명 모두가 부패 혐의로 낙마한 후 옥고를 치렀거나 영어 생활 중이라면 이렇게 단언할 수 있다.

게다가 이들이 손에 넣은 채 주무른 부정한 돈의 액수도 상상을 초월한다. 하룻밤에 10만8000리를 날아다닌 손오공을 찜쪄 먹는다고 해야 한다. 기본이 평균 수백억 위안(元·수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 정도 되면 '써부미런, 런쯔미(色不迷人, 人自迷·미인이 유혹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홀림)'라는 고사성어를 패러디한 ''첸부미런, 런쯔미(錢不迷人, 人自迷·돈이 유혹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유혹됨)'이라는 말이 불후의 진리가 되지 않을까 싶다. 회장이 되는 순간부터 아예 돈에 홀려 '해먹을 결심'을 했다는 얘기가 될 것 같다.

지난 25일 당 기관지 런민르바오(人民日報)를 비롯한 각종 관영 매체들에는 마오타이와 관련한 꽤 비중 있는 기사가 하나 올라왔다. 장더친(張德芹·53) 회장이 취임 1년 5개월여 만에 사임하게 됐다는 뉴스였다. 마오타이가 국영기업이니 부부장(차관)급에 불과(?)한 회장 하나 갈리는 것이 크게 이상할 것은 없다. 그러나 보통 임기가 최소 3∼4년은 되는 관례에 비춰보면 뭔가 이상하다고 해야 한다. 그 역시 스스로 돈에 유혹이 돼 낙마했을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만약 진짜 그렇다면 마오타이는 회장의 낙마에 관한 한 거의 기적과도 같은 쿼더러블 크라운(4관왕)을 달성하는 금자탑을 쌓게 된다고도 할 수 있다. 중국의 술꾼들이 취기가 불콰하게 오를 경우 "불멸의 마오타이를 위하여!"라는 식의 조롱조 건배사를 하는 것은 분명 괜한 게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장 전 회장의 후임자로 임명되면서 독이 든 성배를 마시게 될지도 모를 운명에 봉착한 천화(陳華·53) 전 구이저우성 에너지국 국장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고 해야 한다. 만약 그가 전임자들과 달리 부패와 완벽하게 절연한 채 퀀터플 크라운(5관왕)의 주인공이라는 치욕적인 말을 듣지 않게 된다면 향후의 관도(官途)는 그야말로 탄탄대로가 될 수 있다.

반면 부패에서 자유로운 '온리 원'이 아닌 또 다시 '원 오브 뎀'이 되는 길을 순순히 수용할 경우 인생은 급전직하하면서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말할 것도 없이 선택은 본인의 몫이나 마오타이 명주 하나 탓에 세계적 부촌이 된 저 멀리 마오타진(鎭) 현지에서는 비관적인 관측이 훨씬 더 많이 나오는 것이 현실이다.

중국의 관료 부패는 원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명나라와 청나라를 대표하는 환관인 유근과 화신의 재산이 당시의 황제보다 많았다는 역사적 사실은 이로 보면 그다지 놀라울 것도 없다. 23일 4일 일정의 막을 내린 당 제20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20기 4중전회)에서 인민해방군 상장(대장) 22명과 보통 부장(장관)급 이상 직위에 보임되는 중앙위원회 위원 11명의 낙마가 확인된 것 역시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관료 부패는 망국의 지름길이라고 단언해도 좋다. 만약 중국이 왕조 시대와 별로 다르지 않아 보이는 현 상황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진짜 향후 중국의 미래는 밝지 않다고 해야 한다. 14억 명 중국인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미국이 속으로 웃는 형국을 무기력하게 바라봐야 할 수도 있다. 불멸의 부패 신기록을 계속 쌓아가고 있는 중국 최대의 국영 기업 마오타이의 현실을 보면 더욱 그렇다고 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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